284.괜찮다괜찮다괜찮다(4)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오늘 남산길을 걷는것은 취소해야 겠다. 황사비 인데 이걸 맞으면 옷 뿐만이 아니라 건강하자고 걷는것이 무의미 해진다. 강휘에게 전화를 걸고 더 누워 잘려다가 일어나기로 결정을 한다. 오랫만에 청소를 시작한다. 그동안 벗어서 여기저기 걸어두었던 옷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테이기는 어쩔줄 몰라하면 피하기 바쁘다. 침실 밑으로 숨고, 여기 저기로 청소기 소리를 피해서 부지런히 도망친다. 청소가 얼추 끝나면서 장난기가 슬쩍 올라와 청소기를 들고 테이기를 몰기 시작한다. 결국은 작업실과 서재에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 테이기는 최후의 요새 침대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걸래도 들고 거실과 서재의 얼룩을 지워나간다. 청소를 다 마치고 휘 둘러보니 이끼가 잔뜩 낀 열대어 수조가 눈에 들어온다. 여과기 3개를 수조에 집어넣고 수조 벽면에 붙어 있는 이끼를 쓱쓱 문질러 떨어트린다. 나머지는 여과기가 그 찌거기를 모두 빨아 들일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집안일을 시작하니 끝이 없다. 밀린 빨래를 분리하여 속옷과 잔뜩 밀린 수건을 넣어 세탁기를 돌리고, 와이셔츠를 모아서 싱크대에서 목주위를 퐁퐁으로 문질러서 미리 찌든때를 닦아둔다. 와이셔츠까지만 세탁을 하고 강휘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겠다.
모든것을 끝내니 밀려드는 것이 있다. 외로움. 짙은 외로움이 가슴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괜찮다. 적어도 외로움은 나와 같이 있다. 나는 외로움을 하나님께 기도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보다 더 많은 기도의 제목과 중보가 쌓여있다.
어제 경성의 작업실에서 주문한 canvas를 가져왔다. 캔버스를 받아들면 가슴이 뛴다고 하였던 고작가의 말처럼, 나도 저기에 무엇을 그릴까 가슴이 살짝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