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지않으시는

303.내마음의풍금소리

한스킴 2013. 4. 3. 14:25




토요일을 온통 침대에서 게으름으로 시간을 전부 죽이고 나서야 일어났다. 그것도 멘토들과의 공부약속만 없었다면 주일아침까지 잘 태세였다. 심신이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자도 자도 끝이 없는 이 목마름의 정체는 뭘까?

4시 약속 때문에 급하게 차를 몰아 나가는 아파트길 양쪽으로 벌써 벚꽃이 온통 하이얀 기운을 토해내고 있다. 이제 곧 떨어질 저 꽃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벚꽃같은 사람일까? 마음에 온통 하이얀 불을 지펴놓고 한순간 떨어질 꽃잎처럼 사라져 버리는 그런 사람일까?  내가 잡을 수 없는 기억속에서 그 사람은 벚꽃같은 사람이다. 간다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봄이 되면 다시 벚꽃처럼 설레임으로 기억나게 한다.

 

어릴적 풍금 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를 기억한다. 세상에 저런 소리가 있었나 하고 풍금 소리는 천상의 소리라고 여겼다. 그때 들었던 그 풍금 소리 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란 내가 살아갈 힘일까? 아픈 기억일까?  이 모든 추억들은 내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감사하자. 나를 설레이게 했던 그 사람에게, 나는 지금 나의 길을 걸어간다. 어느 교차점에서 다시 그사람을 만날수도 있고, 영영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일 수 있다. 그러나 그래서 어쨋다는 것인가. 우린 멈추면 안되는 시간속의 사람인것을...

 

토요일 오후의 햇살은 따뜻했다. 아파트를 빠져나오면서 어릴적 그 풍금소리를 들었다.  가로수 나무에서도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영원히 사라질것 같지 않았던 겨울은 모양조차 감추고 봄인듯 하면 곧 여름의 뜨거운 열기 한 가운데 던져져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기가 느껴지는 이 서재, 이 책상 위에도 헉헉 거리는 더위가 곧 들이 닥칠것이다. 나는 그 더위를 견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더 많은 잠을 잔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게으름에 점점 빠져드는 나를 건져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