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번씩일곱번

생일, 그것은 살아있는 자만이 누리는 축복입니다(4) 2007/06/14

한스킴 2013. 5. 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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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스키(Tabaski) 세네갈 최대 명절의 이름입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던 세네갈의 조일환 대사님의 초대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김 선생님, 내일이 '타바스키'라는 세네갈 최대의 명절입니다 아마도 길거리에서

사람을 한명도 볼 수 없을겁니다. 별 계획이 없으면 직원들과 같이 골프를 하시지요...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몇 군데 관광일정과 필요하다면 직원과 동행을 하라고 지시까지

하여주었습니다. 처음으로 공무원도, 그것도 외교 공무원이 자국민에게 이렇게 친절하구나 하는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다음날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는 깜작 놀랐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었습니다. 호텔을 둘러싸고 있었던 수많은 택시와 그리고 가드를 하던

그 많던 씨큐리티 맨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전 세네갈 국영기업체 마케팅담당 이사인 Mr. Niang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타바스키라는 명절은 구약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피박에서 구하기 위해 애굽에 내렸던 長子를 죽이는 마지막 재앙에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양고기를 불에 구워 먹었던 유월절을 기리는 날로 장자를 죽이는 하나님의 천사가 양의 피가 있는 집을 지나친다고 하여서 과월절(過越節,Passover)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더군요.

 

왜 모슬렘이 이스라엘의 명절을 그처럼 성대하게 치를까 의아했지만 모슬렘도 결국은 이스라엘의 뿌리에서 나온거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전 그날 타바스키라는 명절이 모든 사람이 새 옷을 입고, 모두 양고기를 먹으며, 아이들은 손을 잡고 이웃에 인사를 가면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세뱃돈을 주듯이 아이들 돈을 주는 명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스.... 이리 와봐” Niang이 불러 발코니에 나서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습니다.

두 흑인이 악수를 하고, 손등을 부딪치면서 한참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그날 아침 모든 집 앞에서 양을 잡는 끔직한(?)모습만큼 점심시간이 지난 후 새 옷을 입을 아이들이 손을 잡고 이웃으로 세배를 다니는 모습만큼 많이 보였습니다.

 

Niang의 설명은 저 사람들은 그동안 쌓였던 묵은 감정들을 사과하고,  또 서로를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Niang의 말은 저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 타바스키라는 명절에는 자신을 찾아와 용서를 비는 사람에게는 설사 살인을 하였더라도 모두 용서하여 주어야 한답니다. 용서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

정 용서를 하고 싶지 않다면, 타바스키때 마주치지 않도록   외국 나가야지.... 

 근데 말이야, 타바스키는  외국에 나가있던 사람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와...

 

이러한 것이 문화충격이구나....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전 그 세네갈 인들의 명절이

아니 그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벌써 시간이 흘러 드디어 제 생일이 되었습니다.그리고, 잠이 오지 않아 오늘에야 아프리카 이야기의 한 토막을 시작하였습니다.

항상 TABASKI라는 명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늦게 들어와 인라인을 타러가지 못했다고 저하고 화해하지 못하고, 딸 찬양이는 잠이 들었습니다.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으로 왔는데, 같이 인라인을 타러 가려던 딸의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것입니다. 가끔 딸의 친구들과 인라인을 타러 가면, 아이들은 내가 인라인을 탄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 한가 봅니다. 평소에도 찬양이는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야 멋있지?이렇게 자랑하였는데, 오늘 제가 늦게 온 것이 용서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삐져서 의자를 두개 붙여두고 누워 먼저 잠든 딸을 가만히 들어 방에 뉘어두고 그 옆에 두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 적은 나이에 아빠가 행한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없을 텐데 내가 이 아이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래도, 내가 살아있기에 이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순간 생을 접고 싶다는 생각과 결심을 되풀이 하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때론,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도 있었고 용서하고 싶지 않아 미쳐버릴 것 같은 날도 있었습니다.

 

타바스키처럼 '미안하다'는 단 한마디에 모두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내가 살아있기에 받을 수 있는 축복된 시간입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몇 번의 생일을 더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생일의 축복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인생은 생각처럼 짧지만도, 또 그렇게 길지도 않습니다. 어느날 깨어보니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인생이지만 기억하고 계십니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이땅에 존재 할 것인지 당신이 누리는 그 인생의 모습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저에게 축복된 오늘, 어쩌면 힘겨울지도 모를 당신에게도 축복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이 제 생일 이군요

한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