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위로 2008/03/03
내 나이 열다섯 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 체 게바라 '나의삶' 중에서 -
가끔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그런 밤이면 많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잠을 자기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왜 그렇게 가슴 아픈 생각만 꼬리를 무는지 왜 그때는 그렇게
어리석었는지 머리를 쥐어 뜯어내고 싶은 심정이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합니다.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고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한 순간이, 치욕스러운
순간들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는 건가요?
언젠가 자기 자신을 세상의 그 누구보다 사랑하라는 말을 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늘은 자신을 세상의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렇게 추한 것이
또한 인간입니다. 나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가꿔주지 않는다면, 자아를 버리고
거리를 헤 메는 광인(狂人)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제가 임원이 되기전 지나간 일이 생각 납니다. 팀원의 실수로 회사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과장이 나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저지른 실수로 회사생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면서,
착찹한 심경이었습니다. 과장을 탓하기 보다는 위로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유서를 받고,
전 시말서를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내가 행한 오만과 아집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일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기겠지만 클라이언트와
상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무조건 잘못을 빌어줘야 하는 나의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클라이언트 사무실에서 2시간동안 고문을 당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팀원들
모두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오후4시, 팀원들은 내 눈치만 보고 차에 타서야
"팀장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가까운 영화관에 가자……. 오늘 영화보고, 저녁 먹고 일찍 끝내자"
아무도 클라이언트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말하지도 않기로 한 듯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공중에 뜬 듯한 말들만 했습니다. 그렇게 보는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긴장감을 풀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그 어려운 시간이 영원히
우리의 곁에 머무르면서 우릴 괴롭힐 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 사건이 잊혀질 때까지
우리 팀은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 어려운 순간도 결국 과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때의 시간을 추억해 내는 것은 그 어려운 순간이 내 곁에 머물지 않고 지나갔다는 겁니다.
당신이 혹시 당하고 있을 어려움이나, 지금 내가 다시 겪고 있는 다른 이름의 고통이 곧 과거가
될거라는 겁니다. 그러니 견디고 웃으면서 위기를 넘겨야 합니다.
'일탈의기술' 전시회 VIP파티에 참석한 이언주 작가님이 전해준 꽃다발을 책상위에 올려 두었는데
이제 다 시들어 바싹 말라가고 있습니다. 나의 인생도 그것 처럼 매시간 말라가고 있을겁니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별이 찾아오는 시간이 있습니다. 체게바라는 그의 나이 열다섯에 무엇을 위해
죽을까 고민 하였다고 하니, 전 가슴만 답답해 옵니다. 오늘은 '체 게바라'가 피워 문 시가를 생각
하면서 출장에서 사왔던 시가를 피워볼 생각입니다. 커피와 시가 하나 제가 오늘 선택한 저녁
메뉴 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저 자신을 더욱 사랑하려고 합니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듯이, 어지러운 일상을 정리하고, 외로워 하지도 않고, 구차해 보이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겠습니다. 유독 흰머리가 늘어난 머리도 염색하고 라틴댄스도 다시 시작해 볼까 계획중 입니다.
침술협회장님이 TCM교육을 받을 것을 권유해와 그것도 도전해 보려 합니다. 하루를 더 빠듯하게
살아내야 겠습니다.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많은 중독에 빠져 인생을 살아갑니다.
저도 맛있는 인생에 중독되어 내게 남은 시간을 멋지게 살아내고 싶군요. 힘들 때마다 나 자신을
더욱 더 사랑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인생 속에 존재합니다.
한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