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autiful Mind 2008/08/30
주말 입니다. 휴일임에도 회사에 나왔습니다. 오늘 특별한 논의를 위해 모이는 컬렉터들과의 시간이 있어 오랫만에 늦잠을 푹 자고 퉁퉁 부은 얼굴로 전시장에 나오니, '이사님 아시는 분 오셨어요.' 하는 직원의 말에 3시 모임인데 벌써 오셨나 하고, 직원의 뒷모습을 따라 가다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과의 취미가 틀려 오늘도 선배(후배?)라고 언젠가 소개 받았던 사람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의 조우였습니다. 그 짧은 만남에 단 한마디도 안부를 물을 수 없었지만 착찹한 마음이 저를 괴롭힙니다. 오늘 출근하면 무언가 글을 쓰려고 하였는데, 제가 본 영화가 생각이 나서 그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글래디에이터의 Russell Crowe 주연의 'A Beautiful Mind'라는 영화입니다.
보통의 영화가 시간을 죽이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한 천재의 불완전한 인생이 사랑이라는 힘으로 완성되는 감동이 스며있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남자만, 한 여자만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힘겨운 일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차피 인간이라는 피조물 자체가 배신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감정의 기복이 있고 변화하게끔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한 나약함을 알고 나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일흔 번씩 일곱 번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사랑도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는 겁니다.
존내쉬박사, 그는 수학의 천재 이었습니다. 완벽한 그의 분석력과 매력에 이끌려 내쉬의 제자였던 알리샤는 존내쉬에게 데이트를 청하고 그에게 결혼하자고 합니다. 완벽한 한 쌍의 연인이었습니다. 존내쉬가 편집적인 정신병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 까지는…….
존내쉬,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이제 표츈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도 존경 받는 수학자도 아닌 정신병자가 되었습니다. 심각한 편집증으로 자신의 아들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무기력하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프린스톤대학 교정에서…….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존의 아내를 향하여 존의 친구가 물어봅니다.
'알리샤 넌 어떻게 견디고 있어……. 괜찮아?'
''보통은 내 느낌이 의무적이라고 생각해 하나님과 존 사이에서 떠나고 싶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그러나 그럴 때 그를 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다고 내 자신에게 강요해 그러면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 난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있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 걸로 충분해.'
짧은 순간 가졌던 그들의 완벽한 사랑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아내는 정신병과 편집증으로 남자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한 것은 아닐 겁니다. 전 그런 상황에서 존내쉬를 버리고 다른 행복을 찾아 간다 해도, 아니……. 존내쉬가 뛰어난 수학자로서 지금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을 만났기에 그를 떠난다 해도 손가락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저만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척도가 있기 때문이며 또 그때는 본인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알리샤는 존내쉬의 곁에 있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힘들고,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젊은 날 교정에서 본 자신만만하고 멋있으며 샤프 했던 존내쉬박사를 생각해 내는 그녀의 사랑은 초인적인 것입니다.
그런 그가 아내의 내조로 묵묵히 대학에서 연구할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아니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1994년 3월 자신이 노벨상 후보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프린스턴대학 식당에서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수들이 자신의 펜을 존내쉬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그와 함께 프린스턴에 재직하는것이 영광이라는 찬사를 동료들에게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항상 숫자를 믿었죠. 공식, 논리, 그리고 증명하는 것들…….
그러나 평생을 몸 바친 결과, 제 자신에게 정말 논리가 무엇인지, 누가 증명하는 것을 결정하는지
묻게 됩니다. 제 여행(인생)은 저를 육체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중요한 것을 발견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요.
모든 논리와 증명은 '사랑'이라는 신비스러운 공식이란 것에 있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고, 당신이 제 존재의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수만 명이 지켜본 가운데 노벨상을 받는 존내쉬 교수가 아내를 향하여 행한 연설 대목입니다.
존내쉬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한 순간입니다.
그러나 또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삼류 드라마도 아닙니다. 자신에게 좋은 것만, 유리할 것 같은 것을 찾아 수없이 자리와 사람을 바꿔 간다 하여서 그 결말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리샤의 사랑에 대한 감사가 물씬 묻어나는 존내쉬의 연설이 가슴에 파도 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알리샤와 같은 사랑을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저는 알리샤와 같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알리샤가 있었기에 존내쉬가 이 땅에 존재 하였다는 것을.....
오늘은 알리샤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면서 Dr.K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