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번씩일곱번

창조적 긴장을 찾아서 2008/10/07

한스킴 2013. 5. 7. 18:41



년 아이들과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가 가지는 즐거움 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한번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제 마음만 바빠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점점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간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부쩍 절 괴롭힙니다. 

매년 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자료를 준비하고, 여행지 선택을 위하여 서로 갑론을박 하였던 기억이

먼 추억으로 느껴집니다.  

 

두 오빠들은 각자의 삶 속으로 들어갔고, 찬양이를 꼬셔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찬양이 왈..

'아빠, 국내 여행좀 하지?' 사실 그랬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여행지는 모두 바다건너 먼곳에 있었고,

직업으로, 또 잦은 출장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본 경험은

손 꼽아볼 정도였기에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에 항상 목말라 했습니다.

 너무나 부족한 나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해줄 것이, 해준 것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에게 인생을 이야기 해주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을 바꾼 후 내가 계획한 것은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 내가 고집하였던 것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나를 얼만큼 용납해 줄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이 땅에 태어났으니 그 인생을 즐기고 가치 있게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를 바랄 뿐입니다.

때론 보고싶어도 참아야 하는 불합리한 때가 있듯이 그러한 미묘한 감정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아픔인가 봅니다. 내 품에 안겨진,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에게 내 모든 시간을 바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추억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후회없이 아이들에게 할애합니다.

 

둘째와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속 깊은 대화를 통하여 의견을 나누지만

감히 너는 이런 직업을 가져라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격시험을 치르는 일요일 아침 요한이가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아빠 시험 잘보세요! 화이팅!'  지금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노력입니다.  아이들은 내가 술취한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워낙 술을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터라 생맥주 캔이라도 한병 마실라치면 '아빠도 술먹을 줄

알어?' 하는 것이 녀석들의 반응입니다.  시험이 끝난 일요일 학원에 있다는 요한이를 불러내어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였습니다. 녀석도 시험기간이어서 학원에서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데 수학이 가장 큰 문제인것 같습니다. 독선생을 모셔서 수학에 대한 기초를 다시 잡아주어야 하는데...

항상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고 통제하는 녀석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는

공부를 내려놓게 놀아주는 일과 녀석의 고민을 듣고 같이 고민해 주는 일이 전부입니다.

 헤어지기전 깊은 포옹을 하고 맥을 짚어보니  구홍삽의 맥이 뜹니다. 공부만 하고 정작 한번도 처방하지않었던 한약학.  이번에는 녀석의 몸과 정신에 도움을 주는 약을 처방하여 먹여야 겠습니다.

 

점점 게을러 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군중속에서도 고독을 느낀다고 했는데, 작업실에 돌아오면

덩그러니 놓여있는 침대와 이젤에 걸쳐있는 그림이 심드렁하게 쳐다 봅니다.  붓을 들면 그

외로움을 모두 쫒아 버릴 수 있는데 좀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창조적 긴장이 부족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내 마음에 비를 내리고, 그 빗물에 모든것이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고, 산다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해서

Thanks God 하는 감사의 기도가 향기처럼 피어올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금의 욕심만 버리면, 조금의 유혹만 버리면, 세상의 끈을 놓아버린 어느 연예인의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었을것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힘들면 죽음이라는 유혹이 땅거미처럼 슬며시

찾아옵니다. 내가 잡은 이 끈만 놔버리면 편안해 질것 같은 유혹을 좀처럼 떨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창조적 긴장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일년 후의 나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상상력, 나는 오늘 그러한 노력을 창조적 긴장이라고 하겠습니다.

 

                                                                         

한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