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1) / 박경철 / 리더스 북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평점(5): 5점 |
그의 따뜻한 동행이 저를 감동 시켰습니다.
일주일중 이틀은 책을 읽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제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책을 읽을때는 표정관리를 하지 않는 편이고 이제는 통곡하지 않고 눈물이 흐르게 하는 기술(?)도 읽혀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읽었습니다. 공중장소에서 읽기에는 때론 난처한 일을 당할 수 있는 책이더군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 그의 글속에는 어떠한 가식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살아가는 인생의 밀도가 영양이 꽉찬 막걸리를 들이키는 느낌으로 밀려듭니다. 그의 말대로 아마도 의사라는 직업은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수만배의 긴장과 사연을 간직하고 살아가는가 봅니다.
그런 그가 경제와 투자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 '시골의사'인가 하는 점에서 많은 의문이 생기던데 책에는 단지 몇줄의 암시만 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가는 참의사라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적어도 박경철은 선한자의 편에 서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가 마치 신이 되어 사람의 생과사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같은 느낌이 들만도 한데 그의 가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것 같습니다. 그가 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소명의식 처럼, 갑자기 내 안에 의문이 생깁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박경철같은 철학과 원칙이 있는가? 나는 그가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하여 분노하듯이 내가 살아가는 느슨한 인생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이 있는지 가슴이 답답해 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웃고, 때론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당혹해 하면서 책을 덥지 못하고 긴 여운을 음미합니다. 이 책속에 있는 인생들을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느낀 사람들이 과연 나의 이웃들인가 하는 생각에 저 스스로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나 반문해 봅니다.
분명 제가 보지 못하는 세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속의 세상은 결코 제가 볼 수 없는 그런 세상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그만큼 이웃의 아픔에 대하여 아파하지 않았다는 반성인것 같습니다.
프레드 엡스타인 박사가 쓰신 '내가 다섯살이 되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꼬마 환자 나오미의 짧은 다섯인생을 더듬어가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거칠고, 희망이 없고, 경쟁에 숨막히다는 어른들의 생각을 반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가슴이 훈훈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웃지못 할 상황에서 웃게하고, 분노하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건강하다는 것에 더 감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손에서 놓기 아쉬운 책을 오래만에 골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