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풀 / 오쿠다 히데오 / 은행나무
인더풀오쿠다 히데오 지음 | 양억관 옮김 은행나무 평점(5): 3.5점 |
오쿠다 히데오가 만들어낸 의사 이라부의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피해망상, 심신증 강박관념등에 시달리고 있는 다섯명의 환자가 이라부의 처방을 받는 유쾌한 이약기가 풀어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라부처럼 유쾌한 의사에게 왜 환자가 적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병원장의 아들이면서 자신의 진료실을 창고처럼 허름한 지하에 두고 있는 의사, 더욱이 그의 치료행위는 병원 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공간을 같이 하는 어느곳에서든지 밀착하여 이루워 진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생활속으로 들어가 그 피해망상과 강박상황에서 환자의 손을 잡고 나오는 의사를 상상해 보십시오. 소독약이 온 몸의 신경을 억누르는 진료실을 벗어나 정신 치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열정적인 의사인지 알 수 있지만, 왠지 소설에서는 매너없고 주책으로 똘똘 뭉친 의사로 그려집니다. 그의 순진무구함이 환자의 모든 병을 흡수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괴물 같은 이라부의 모습이 어느순간 천진한 바보처럼 느껴지다가도 그의 환자들은 어느덧 이라부의 치유 행위에 몰입하게 되고 마치 구원 처럼 병에서 자유를 얻게 됩니다.
신경정신 계통의 치료가 장기간 몇년을 두고 치료를 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인데 괴짜 의사 이라부는 환자의 증상을 어떤 의사도 시도하지 않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행위로 치료를 합니다. 이쯤되면 이라부는 명의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단정하는 그 순간 의사 이라부를 본다면 다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됩니다.
"한눈에 피해망상이란 걸 알았어. 그렇지만 그런 병은 부정한다고 낫는 게 아냐. 긍정하는 데서 치료를 시작하는 거야. 잠을 못 자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잠이 안 오면 그냥 깨어 있으라고 해야 환자는 마음을 놓게 되지. 그래야 결국 잠이 오게 돼 그거랑 똑같아."
이라부의 치료방식은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가능한 모든 피해망상을 다 겪게 하여 결국은 그 짐을 스스로 벗게 만들어 버리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환자에게는 '긍정적 사고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건너편 병원으로 돌을 던지게 하는 일까지 시키는 괴팍한 치료방법을 동원하지만, 인간을 치료하는 천사처럼 모든 괴팍한 행위가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딱딱 맞아 떨어져 결국은 환자가 자신을 괴롭히 모든 병에서 해방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됩니다. 이쯤에서 명의 이라부의 진료실은 최고급 인테리어를 한 멋진 진료실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지하 구석에 육감적인 육체파 간호사가 소파에 벌렁누워 잡지를 뒤적이는 풍경 그래로의 진료실에 그대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은 그의 진료실을 잠깐 들리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하여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라부의 유쾌한 치료 행위를 엿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