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도전의 증거 / 야마구치 에리코 / 글담
26살, 도전의 증거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 노은주 옮김 글담 평점(5): 5점 |
도전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에리코
아시아 최빈국 방글라데시는 나와도 인연이 있는 나라이다. 수출을 위해 스리랑카에 출장을 다닐때 우연하게 내 옆자리에 방글라데시 출신의 IT기업 메니저로 근무하던 여인이 앉었었고, 지루한 비행시간 동안 말동무가 되었다. 스리랑카에 머무는 동안 그녀가 연수 받았던 호텔에서 잠깐 만나 귀국한다는 인사를 할때 그 여인이 나에게 주었던 서물, 천에 바느질로 그림을 표현한 액자를 보관하고 있다. 26세 일본인 CEO가 개발도상국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작가 소개를 접했을때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성공스토리 그 주인공이 일본여자 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난 일본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 젊은 날부터 출장을 다니면서 부딪히는 일본 여자는 꽤 흥미가 있었다. 유럽 출장길에 만났던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유학생과 한동안 편지도 주고 받으면서 일본여자가 한국여자보다는 더 섬세하다는 것과 꽤 감동을 잘한다는 것이 편안했다. 작은거에도 빨리 감동해 주는 여자, 밀고 당기는 것에 익숙한 한국여자보다는 편하다는 느낌으로 가진 환상이다. 난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른다. 그러니 이런 환상을 가지고 있는거다. 일본 자기개발서는 잔뜩 기대를 했다가 한순가 실망을 한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깨닳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나 자서전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보물을 발견하곤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도전에 지칠즈음에 발견한 에리코의 이야기는 나를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얼마나 그녀의 매력에 빠져있는가 하면, 야마구치 에리코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마더하우스가 궁금하여 인터넷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기웃거렸다.
목표를 1등에 두고 달리는 에리코는 나의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이야기다. 꿈을 크게 갖고 최고를 향해서 달려가는것, 왜 저 작은 일본 여자의 가슴속에 그렇게 큰 꿈들이 움틀거릴까?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길들을 부인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위하여 온몸을 던지는 에리코. "도전하라, 죽고 나면 하지도 못한다" 라는 소제목이 그녀의 삶을 잘 대변해 준다.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시작한 유도로,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에리코, 시작한 것에서는 최고가 되기를 위하여 애쓰지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돌아서는 그녀는 내가 가지지 못한것을 소유하고 있어 부럽다.
"유도가 평생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내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쪽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일이 그렇다.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저항 없이 걸어 간다는 것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과도 같다. 만약 지금 가는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바로 우회전해라. 그래야 시간을 값지게 쓸 수 있다. 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을 오랫동안 걸어가길 바란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면 그것을 위해 수년을 투자했더라도 버린다는 결심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라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에리코라는 여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고 출신으로는 최초로 게이오 대학에 입학한 에리코, 그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뭐 이런 여자가 있지? 이것 픽션이야 논픽션이야 생각이 들정도로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감동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놀랄때마다 표지의 에리코를 쳐다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신이 하고 싶은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어떤 불가능의 벽도 넘고, 포기없이 방법을 찾아내고 달려가는 모습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비효율적인 교육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 에리코는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매진을 하다가 세계로 눈을 돌린다. 국제기구에 들어가 최빈국을 도와주는 일을 하자. 나는 그녀가 일본이 아니라 방글라데시를 향하여 시선을 맞추고 그곳의 대학원에서 방글라데시를 공부한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저... 저것이다.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내가 걸어갈 길을 먼저 걸어가는 모습이라 생각이 들었다.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녀가 방글라데시에서 부딪힌 현실은 그 정치가라는 인간들이 세상을, 방글라데시를 더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에리코가 사랑스러운것은 그녀가 방글라데시에서 공부를 끝내고 국제기구에 입성했다 해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 했겠지만, 방글라데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짧은 26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거침없이 인생을 살아내는 에리코는 대단하지 않은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길을 묻고, 찾고, 달려가고, 틀리면 수정하여 다시 달리는 그녀의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한순간도 헛 쓸 수 없다는 다짐이 불끈불끈 전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꿈은 자신만이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은 자신만의 노력으로 안 될 때가 많다. 혼자서 잘났다고 아둥바둥 대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럴때는, 혼자서는 힘들다고 느낄 때는, 너무 버거워 꿈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을 때는,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라는 의미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한다. 나를 믿고, 너를 믿고, 그들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때 꿈의 여정은 현실 속에 단단히 자릴를 박는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기가 진정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걸어가라고, 그 곁에 수많은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걸어가라고, 비록 커다란 돌멩이에 걸려 쓰러져도,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지는 일이 생겨도, 알몸으로 태어나 알몸으로 사는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라고, 그렇게 가다 보면 희망과 희열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는 에리코를 만났다. 내 길이 힘겹고, 포기하고 싶을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이 책을 다시 펴서 읽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그녀를 한번 만나볼 것이다. '아리가토 에리코'
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