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1Q8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평점(5): 5점 |
아오마메 "나는 오래도록 외톨이였어. 그리고 여러가지 것에 깊은 상처를 입었어. 좀더 일찍 너와 재회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꺼야."
덴고 "아니, 그렇게 생각 하지 않아 이걸로 좋은 거야. 지금이 마침 적당한 때야. 우리 둘 다에게..."
오래전에 개봉하였던 공기와 맞닿아 많이 산화되어버린 와인을 마시면서 만족하게 이 대사를 음미해 본다. 연인과의 사랑이랑 항상 적당한 때가 없다. 바로 이 순간, 사랑을 나누고 서로가 용납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나를 죽여 당신을 세우는 그 순간이 가장 좋은 때이다. 2권에서 죽은 아오마메가 살아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혼란 때문에 다시 2권을 더듬어서 아오마메의 죽는 장면을 보았지만 어쨋든 아오마메는 죽지 않고 드디어 덴고를 만나고 늘 꿈꾸어 왔던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그 둘이 그 한순간의 기억으로 서로를 원하고 기다렸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그들의 지난 과거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현재 서로가 만난 그 순간을 가장 적당한 순간으로 생각하는 성숙함에 감사한다.
천둥이 치던 그날, 덴고와 후카에리의 정사를 하였던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그 후카에리를 통하여 아오마메에게 덴고의 그것이 옮겨져 아오마메가 처녀임신을 했다는 암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오마메는 그 천둥이 치던 그날 정사를 하지 않었음에도 임신을 하게 된다. 세상에 2개의 달이 존재하면서 공기번데기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창조의 세상으로 인하여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1Q84의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그 세상에 충분히 몰입하여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를 임신한거야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섭리에 의하여 덴고의 분신이 공기번데기에 의하여 만들어진 통로를 통하여 아오마메의 자궁으로 옮겨진것을 믿게 된다.
3권에서는 우시카와가 큰 비중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나간다. 그 우시카와가를 인물이 한번 보면 어느누구도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것이 수명이 다되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내 차의 그것처럼 뭔가 기분나쁜 소리처럼 거슬리기는 했지만 무라카미는 그 사실을 통하여 우시카와가 뱀처럼 지혜롭고 징그럽게 그의 역활을 다 하는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가 쓰는 글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는 듯한 착각을 한다. 둘은 완전히 다르지만 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난 그것이 느껴진다.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다마루가 카를 융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우시카와는 더 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끈질기게 덴고의 주위를 멤돌았고, 덴고를 통하여 아오마메를 찾아내려 했던 우시카와의 죽음을 보면서 나의 죽음을 보는듯 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우시카와처럼 그렇게 뱀처럼 교활했을까? 아니면 주변인 처럼 살아가는 그에게서 조금의 동질감이라도 느꼇을까?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이 동정심을 유발했을까? 나는 우시카와의 죽음을 통하여 내 교만함의 죽음, 내 어리석음의 죽음을 보는듯 했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결국 만났다. 매우 오랜 시간들 돌아서 서로의 의식속에서 갈구하던 그 열망의 열매를 맺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장 적당한 때에 서로가 만나 하나게 되었다는 그 믿음이 안도감을 준다. 그래.... 늦은것은 없다. 좀더 늦게 깨닳아도, 그 시간이 2년이 되고 시간이 더 흘러 5년의 시간이 흘러도 서로가 기억하고 그 갈망이 서로를 만나게 된다면, 그래도 늦은것은 아니다. 덴고가 아오마메에게 해준 위로가 20년의 시간이 흐름다음에야 그녀와 그 자신의 가슴을 푸근하게 해준다. 둘이 천천히 맺어지는 사랑, 서로가 만족하는 그 사랑에 내가 스며든다. 나도 그런 사랑을 느끼고 싶다. 책은Book 4로 연결이 될 것이다.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선구, 어떤일이 벌어질까? 진실로 그들은 1Q84의 세계를 벗어났을까? 고양이 마을에서 빠져 나갔을까? 하루키는 어떻게 이야기를 진전시킬까? 3권은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1권과 2권을 읽었던 독자라면 읽지 않으면 안될 과정이었다. 또 오랜시간 4권을 기다려야 한다.
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