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학이야기

침묵의 장군지관 - 간의 역할과 하는 일

한스킴 2004. 2. 18. 12:43

 

                                      정 호 진(경남 합천, 생명살림의 농부, 우리의학 연구가)



간(肝) - 과묵한 장군지관이며 다재다능한 초정밀 화학공장


간에 연관된 말들
"제대로 먹은 것이 없을 때 간에 기별도 안간다"고 하고, 또 대담하고 배짱이 두둑하면 "간이 크다"고 하고, 무척 놀랐을 때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느니 "간덩이가 부었다"는 등의 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표현들이나『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의 간 얘기는 모든 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간이 중요한 만큼 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해마다 간염과 간경화 간암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합니다. 간을 그렇게 중요시하고, 또 무서워하면서도 정작 간이 어디쯤 붙어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몸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입니다.

 


간의 크기와 있는 곳
간은 자기의 양 손바닥을 합친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체중의 50분의 1정도인 1.2∼1.5kg으로 인체 장부 중 가장 크고 무겁습니다. 간의 위치는 오른쪽 4∼5번째 늑골 그러니까 오른쪽 젖꼭지 조금 밑에서 아래로는 10∼11번째 늑골(肋骨), 그리고 왼쪽 젖꼭지 조금 아래에 걸쳐 있다. 따라서 간의 대부분은 우상복부(右上腹部)의 늑골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셈입니다.
정상인의 간은 손으로 만져지지 않으나 간염(肝炎)이나 간암(肝癌)으로 간이 커지거나 간경변증(肝經變症)으로 간의 모양이 뒤틀리면 오른쪽 갈비뼈 밑으로 만져 질 수 있습니다. 촉진(觸診)할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하는 것도 횡격막(橫經膜)에 붙어있는 간이 아래쪽으로 더 많이 밀려 내려오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간에 이상이 있을 때 이같이 크기나 표면이 변하는 수도 있지만, 병이 있어도 크기에 변화가 없는 간질환(肝疾患)도 허다합니다. 정상적인 간의 표면은 쇠간처럼 매끈하고 말랑말랑하며 윤기있는 적갈색을 띠고 있으나 병적인 상태가 되면 표면이 자갈밭처럼 울퉁불퉁하게 일그러지거나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은 간동맥(肝動脈)과 문정맥(門靜脈)으로 간 속에서 여러 갈래로 나눠진 후 간정맥(肝靜脈)으로 모아져 간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간에는 1분에 1.5ℓ의 피가 흐르는데 그 70%를 문정맥이 담당한다. 문정맥은 각 장부에서 오는 대사물질을 운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혈관으로 꼽힙니다.

 


간의 구성단위
간을 구성하는 단위는 간소엽(肝小葉)입니다. 이것은 간세포(肝細胞)가 방사형(放射形)으로 배열되어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있는데 소엽 하나 하나는 직경이 약1mm·높이가 2mm정도의 6각기둥 형태를 하고 있으며 이 속을 혈관을 비롯해 임파관(淋巴管)등이 어망처럼 뻗어 있고 한 가운데를 중심정맥이라는 혈관이 지나고 있습니다. 간에는 이러한 간소엽이 50만개 정도가 있고 또 1g에는 1억개의 세포, 그러니까 전체로는 약3천억 개의 세포가 채워져 있습니다.

 


간의 복원력
간의 가장 신비한 점은 놀랄만한 재생력과 여유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개와 흰쥐의 간을 4분의 3만큼 떼어낸 실험에서 각각 8주·3주 후에 원래 크기대로 복원되었는데, 사람에서도 이보다는 좀 느리지만 원래대로 복원이 된다고 합니다. 간 질환으로 85% 이상의 간세포가 파괴되어도 평소의 기능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간은 여유능력이 크며, 또 간암수술(肝癌手術)로 80%이상의 간을 절제해도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될 뿐 아니라 몇 개월 이내에 원래대로 재생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다른 한편으로 간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까지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간의 역할과 기능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은 정말 다양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능만도 5백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중요한 것들만을 뽑아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간은 피를 갈무리하는 일을 합니다.

말하자면 간은 우리 몸의 피를 저장하고 몸 안을 돌고 있는 피의 양을 조절하는 일을 합니다. 가령 간에 피가 적으면(간허증) 간으로 피를 모아들이려고 눕기를 좋아하며 움직이기를 싫어합니다. 반대로 간에 피돌이가 잘 안되어 울혈이 되면(간이 부었다는 말과 비슷함) 간의 울혈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려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신경질 흥분 노하기를 잘하며 신경이 대단히 예민하게 됩니다.

 2)간은 초정밀화학공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곱창(소장)에서 소화 흡수되어 간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우리 몸이 이용할 수 있는 필요영양물로 합성하여 온 몸으로 보내는 기능을 합니다.
우선 소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이나 과당 및 갈락토스와 같은 단당류는 문맥을 통해 간으로 운반된 후 분해되어 에너지원이 되든지, 글리코겐으로 합성되어 저장됩니다. 공복 때와 같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줄어들면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핏속으로 내보냄으로써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시킵니다. 다음으로 단백질이 소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흡수되어 간으로 운반되면 간세포는 이것을 새로운 단백질로 합성하거나 혈액 속의 중요한 단백질인 알부민이나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피브리노겐 등의 혈액응고인자들로 합성합니다. 이밖에 지방질이나 비타민·호르몬·전해질 등을 합성·분해하기도 합니다. 만일 이와 같은 간의 대사기능(代謝機能)이 없다면 금방 혼수상태에 빠지고 생명을 잃게될 것입니다..

 3)간은 쓸개즙을 만듭니다.

지라에서 오래된 적혈구를 파괴시켜서 간으로 보내주면 간은 그것으로 쓸개즙을 만들어 쓸개에 내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피(적혈구)를 가지고 아주 좋은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 간의 역할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재활용의 귀재라 할 것입니다.

 4)간은 필요없는 아미노산을 분해하여 요소를 만들어 콩팥으로 보냅니다.

간이 암모니움에서 요소를 만들어내는 목적은 단백질 대사를 할 때 생기는 해로운 암모니아를 해가 없는 화학물질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간은 오줌보의 역할에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는 셈입니다.

 5)간은 음식물을 검사하여 독이 있으면 해독작용도 해냅니다.

간(肝)이란 글자를 풀이해보면 고기육(몸) 변에 방패간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간은 우리 몸의 방패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몸 안에 들어오는 각종 독들을 풀어줌으로써 다른 배알들에 독기운이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외적(병과 독)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간을 보고 장군지관(將軍之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술이나 인스턴트 식품 또는 양약을 많이 먹으면 그 독들을 푸느라 간이 지치거나 힘들어하다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군지관인 간은 자신이 아파도 좀처럼 아프다는 반응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이 아프다고 느낄 때는 벌써 몸이 심각한 상태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일들을 소리없이 해내는 간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약물남용이나 폭주 등으로 혹사시키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는 것이 간에 대한 보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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