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바로 알기 2 - 음식길
정 호 진(생명살림의 농부목사, 우리의학 연구가, 인도농업선교사)
음식길의 경로
우리가 매일 매일 생명을 지속시켜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몸 밖으로부터 몸 안으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 바깥에서 받아들이는 에너지원이 되는 것들은 공기와 물과 음식이 될 것입니다. 이 중에서 이번에는 먼저 음식길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음식길이란 우리 몸에서 음식물이 다니는 길을 말하는데 그 경로는 대체로 입에서부터 시작하여 식도를 거쳐 밥통, 샘창자(십이지장), 가는 창자(곱창), 큰창자를 지나 똥구멍에 이르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것의 길이는 대략 8-9미터 정도가 될 것입니다. 입에서 밥통의 끝에 이르는 부분이 30-50센티 정도가 되고 십이지장으로부터 충수가 있는 작은창자의 끝까지가 보통 6-7미터, 그리고 큰창자가 1-1.5미터 정도 되는 셈입니다. 작은 창자는 채식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육식중심의 사람들에 비해 약간 더 긴편입니다. 길수록 더 잘 발달되어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할까요? 어느 한부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이죠? 자 이제 자신의 음식길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몸의 기관과 장부들의 상태와 소리에 한번쯤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눈을 감은 채 입에서부터 찬찬히 살펴가다 보면 금방 자신의 음식길이 튼튼해서 건강한 모습을 띠고 있는지, 피로에 지쳐 있어 쉬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소화되지 못한 무엇인가에 꽉 막혀 있어 어서 뚫리기를 원하는지,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버려 약할 대로 약해져서 조그마한 일에도 힘에 겨워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음식길의 형편과 처지를 잘 알아두는 것이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음식길이 탈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 중에서 음식길이 탈이 나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 습관이 잘못되어 있는 부분이 가장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너무 많이 먹고(과식), 잘 씹지 않고 급하게 빨리 먹고, 불규칙하게 먹기도 하고,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고, 식사하며 물이나 국물을 너무 많이 마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농약이나 제초제 또는 방부제나 색소로 오염된 먹거리를 먹거나 인공조미료가 너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음식길이 탈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음식길이 탈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길을 사용하지 않고 쉬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음식물을 끊어버리고 물만 마신다면 사람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음식길이 막혔거나 피로해 있거나 약할 때 음식을 끊고 쉬어주면(단식) 음식길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성인인 경우에 일반적으로 40일 정도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기록으로는 80일 정도만에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밥길이 심하게 고장났을 경우에도 약을 먹거나 옆구리를 뚫어서 밥을 넣어주거나 똥을 빼내면 되기도 합니다. 음식길이 꽉 막힌 것을 급체라고 합니다. 급체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저절로 뚫리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24시간 이내에 죽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지체말고 손끝을 사혈침으로 찔러 피를 짜낸다면 이내 급체가 풀리고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밥길이 탈나면 이처럼 어느정도 오래 살 수 있다고는 하나 밥길은 우리몸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길입니다.
올바른 음식길 건사하기
외부로부터 밥길을 통해 먹거리를 받아들여서 몸 전체에 영양을 잘 공급해주지 않으면 생명이 지속되기 어려우므로 올바른 밥길관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좋은 밥길 건사를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잘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할 줄 아는 눈과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란 우리 땅에서(제 땅) 제 철에 나는(제 철) 오염되지 않는 좋은 먹거리(독없는 먹거리)를 말합니다.
수입농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땅에서 나는 먹거리들도 농약과 제초제를 듬뿍 맞고 자라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갖가지의 농약을 마음껏 사용해서 재배한 먹거리보다는 가능한 한 땅을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한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생산해낸 것들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먹거리를 구하거나 사기가 쉽지 않겠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힘을 합쳐 올바른 먹거리 생산을 위해 계약재배를 한다거나 직거래를 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조리할 때도 좋은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조리라고 하면 언제나 밥보다는 반찬에 관심이 가지만 저는 밥을 영양도 충분하고 맛있게 잘 조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보통 15곡밥을 해먹었습니다. 인도라는 새로운 환경이 그런 밥을 잘 해먹기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차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가고 있습니다. 쌀은 유기농 혹은 생명농업으로 지은 좋은 현미를 구합니다. 현미야말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좋은 쌀입니다. 현미는 처음 먹으면 약간 소화해내기가 힘이들기도 하지만 2-3개월만 지나면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현미는 그속에 암을 예방하기도 하고 체내 독소를 배출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우리 몸의 건강에 아주 좋은 명약입니다. 밥을 할 때는 현미를 비롯하여 현미찹쌀, 검정쌀, 통밀, 보리쌀 기장, 수수, 조,율무 등과 같은 쌀류를 넣습니다. 거기다 메주콩, 콩나물콩, 완두콩, 속청, 쥐눈이콩, 강낭콩, 넝쿨콩,동부,녹두,팥 등과 같은 콩류를 섞어서 밥을 하면 영양이 아주 뛰어납니다. 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밥을 드시려면 잣, 호두, 땅콩, 버섯, 감자, 고구마, 호박 등을 추가해도 좋습니다. 이처럼 현미잡곡밥을 잘 해서 먹어보면 그 맛이 아주 뛰어납니다.
다음으로는 반찬을 만들 때 독이 들어있지 않은 자연조미료로 맛을 내어야 합니다. 마늘다진 것,고추가루, 된장, 간장, 소금,땅콩가루, 들깨가루, 다시마, 새우, 멸치, 멸치가루, 식초,깨소금, 통깨, 참기름, 들기름, 등이면 얼마든지 맛을 잘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의 맛을 위해서는 양념을 너무 아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밥을 만들고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좋은 먹거리로 채워서 밥과 반찬을 해도 비싼 고기를 자주 사다 먹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좋은 먹거리를 선택해서 잘 장만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밥길이 고마워 할 수 있도록 좋은 방법으로 잘 먹는 것입니다. 우리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고쳐가며 제 때에, 좋은 기분으로, 적당량을, 천천히, 꼭꼭 잘 씹어,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우리의 음식길은 자신의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지만 불쾌한 기분으로 억지로 먹고 나면 탈이나는 것도 음식을 먹는 동안 음식길에 있는 각부분에서 좋은 분비물을 내거나 그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음식길이 튼튼하지 못하면 결코 건강해질 수 없습니다. 누구나 음식길을 잘 돌보고 위하는 마음으로 건사한다면 많은 병으로부터 멀어질 것이고 이미 얻은 병도 나아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음식길을 잘 돌보아 좋은 건강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생명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