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몸 바로알기 4- 신경길
정 호 진(생명살림의 농부. 우리의학 연구가)
신경길-외부 자극 감지하는 거대한 통신망
신경길이란 인체와 내외환경 사이에서 온갖 자극을 감지하거나 지각하고 이것을 통제하며 그에 따라 반응을 보이거나 운동하는 기능을 가진 거대한 통신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물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미세한 감정까지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반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몸에 신경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체의 신경길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자율신경계로 구분됩니다. 중추신경계는 다시 신경계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뇌와 척수로 나눠지는데 뇌와 신체의 각 장기를 연결하는 것을 뇌신경, 등뼈속을 지나는 척수와 신체 각 부분을 연결하는 것을 척수신경이라고 합니다. 뇌신경은 모두 12쌍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척수신경은 31쌍이 몸의 각 부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 신경은 다시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으로 구성됩니다.
말초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눠지며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길항작용을 하여 몸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게(항상성) 해줍니다. 교감신경은 소화기계통의 기능과 땀·침의 분비를 억제시키거나 심장박동이나 호흡운동 등 다른 장기의 기능을 촉진하거나 혈관을 수축하거나 눈동자를 확대하는 등의 일을 하며, 부교감신경은 그 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신체의 내부환경을 관장합니다.
모든 감각과 행동을 관장하는 총사령부인 뇌
척수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대표하는 뇌는 인간의 모든 감각과 행동과 지능을 관장하는 총사령부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어떤 일을 계획하며 고민하고 사랑하고 공포를 느끼는 모든 활동의 근원이 들어 있는 곳입니다. 뇌의 무게는 1.4kg 정도이며, 표면적은 신문지 한쪽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속에 1백 40억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뇌의 신경세포는 태어나면서 이미 완성되어 나오며 나이가 들수록 점차 손실되어 갑니다.
뇌는 다시 대뇌·소뇌·간뇌·연수로 나눠집니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뇌는 좌우의 반구로 나눠져 왼쪽 반구는 주로 신체의 오른쪽 절반을, 오른쪽 반구는 신체의 왼쪽 절반을 관장합니다. 좌우의 반구는 뇌량이라는 다리로 연결됩니다. 대뇌는 왼쪽이 논리적 사고나 수학적 추리력, 언어활동기능 등 주로 과학적인 능력과 관련이 깊으며, 우측 대뇌는 공간적·직관적·창조적인 예술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는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쪽 뇌는 좌우의 팔다리와 X자 형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부족한 부분의 팔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대뇌의 표면은 회백색으로 보이는 대뇌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은 신경세포가 집합을 이루고 있는 곳이며 이 곳에서 인간의 사고와 판단과 추리와 감정이 이뤄집니다. 대뇌피질에서 차지하는 면적 가운데 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손을 잘 쓰도록 훈련하면 두뇌가 잘 발달할 수 있습니다. 대뇌피질의 내부에는 백색으로 보이는 수질로 신경섬유가 밀집되어 있으며 흥분의 전달통로가 되는 곳입니다.
뇌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소뇌는 대뇌의 뒤쪽 아래에 있으며 몸의 자세나 운동을 반사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뇌가 고장나면 평형감각이나 유연성이 부족해 평균대 위를 잘 걷지 못하거나 눈을 감고 똑바로 걷지 못하며 헤엄을 쳐도 마치 한쪽 노로 보트를 젓듯 한쪽으로만 돌게 된다.
대뇌의 아래쪽에 의치한 간뇌는 척수나 연수로부터 오는 흥분을 대뇌피질에 중계하는 시상이라는 곳과 자율신경이나 체온·호르몬 농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라는 곳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척수의 왼쪽에 있는 연수는 심장박동이나 호흡운동을 비롯하여 재채기나 하품·기침 등의 반사중추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신경길의 전달과정
그러면 각종 정보나 자극은 어떻게 전달될까요? 하나의 신경세포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이 자극은 돌기의 끝에서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이 신호에 따라 그 속에 있는 신경자극전달물질이 시냅스 속으로 방출되고 이것이 다른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를 유발시켜 자극을 릴레이시키는 것입니다. 신경자극전달물질은 신경자극의 전달과정에 관여하여 자극을 촉진하기도 하고 반대로 억제작용을 함으로써 뇌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마술사의 역할을 합니다.
발등에 조그만 돌이 하나 떨어졌을 경우에 자극을 받은 말초의 감각신경은 곧 바로 중추신경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전령이 뇌에까지 직접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척수와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다른 전령과 바톤터치를 하게 됩니다. 메시지를 받은 중추신경에서는 들어온 정보를 이미 보관하고 있는 정보들 즉 과거의 경험들과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운동신경을 통해 다시 말초운동기관으로 내려 보냅니다. 그 정도의 자극이라면 발을 움츠리라든지, 피가 좀 나오겠다든지, 발등이 좀 붓겠다는 등의 명령이나 해석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하행의 정보의 흐름은 상당히 복잡하고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실은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말초신경의 전도속도는 부위와 굵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초속 100m 정도입니다. 1시간에 360km정도를 가는 느린 속도이지만 길어야 2m정도인 인체의 신경망이라면 20분의 1초면 모든 작전을 끝낼 수 있는 빠르기입니다. 신경과에서는 진단할 때 말초신경의 전도속도가 초속 50m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경길을 잘 돌보려면
이 신경길에 이상이 생기는 수도 많습니다. 뇌를 다치거나 뇌혈관장애로 뇌졸중이 생기기도 하며, 말초신경의 탈로 인해 신경염이나 안면신경마비가 생기기도 하고, 척수신경의 이상으로 부분마비 혹은 전신마비가 되거나 성기능장애등이 올 수도 있고 저능아가 되거나 간질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길은 가장 잘 보호하고 보살펴줘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경길이 극도로 위기에 처해지는 상태인 의식불명이나 뇌사상태가 됐을 경우에 사람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학에서는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 모두를 찔러 팔다리를 훑어 내리면서 피를 짜내주면 됩니다.
신경길은 또한 우리가 어떤 마음자세를 가지고 사는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신경을 너무 곤두세우고 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니 욕심을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상생활 중에서 신경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잠입니이다. 잠을 잘 못자고 나면 다른 어떤 일보다도 더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잠 안재우기 고문을 해서 한 7일쯤 잠을 한숨도 못자게 되면 신경이 견디다 못해 아예 끊어져(돌아) 버립니다. 따라서 신경을 편안하게 가지려면 마음에 욕심을 버리고 잠을 잘 자주어야 합니다. 생명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