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만든 반도체 신화의 중심에 진대제 장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가 펼쳐내는 파노라마 같은 열정을 담은 책을 보면서 마치 격동의 한 순간을 찍어내는 듯한 느낌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공계에 뜻을 두고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둔 나로서는, 한명의 인재가 만들어낸 반도체 강국의 초석은 내게 느끼는 바가 큽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먼저 의사가 되는 이때 이공계에 진학하기 위해 11월에 시험을 보는 첫째 아들 요셉에게 시험이 끝난 후 꼭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기업의 성공에는 인재가 꼭 있다.
80/20법칙처럼 성공을 만들어내는 기업에는 그 성공을 일구어 내는 인재가 꼭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진대제를 얻기 위해 삼성과 현대가 숨가쁘게 움직였던 일화를 읽으며, 기업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일단 채용된 인재를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데 주저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진대제가 한국 삼성으로 복귀하면서 “제게 임원자리를 주십시오. 제가 현지법인에서 책임연구원 정도로 있다 보니 일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임원급이 아니면 연구팀을 지휘하기가 거의 불가능 합니다. 지도적인 위치라야 반도체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습니다”하고 요구하였을 때 이를 받아준 삼성이었기에 반도체 신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35살의 임원이라도 필요하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는 이병철 회장의 결정이 진대제에게 사력을 다하여 반도체만을 향하여 뛸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경영자의 리더십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느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느냐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판단으로 리더의 판단력과 결단력이 그 기업의 극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4M D램의 공정방식을 스택 or 트렌치로 할 것이냐의 결정의 순간에서 양쪽의 연구소를 오가면서 생산방식을 통합한 이건희 회장이 보여준 판단력과 결단력은 메모리 강국으로 향한 분수령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어떤 일이라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면 불가능한 일은 없겠지만, 시간과의 싸움에 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 해야 한다는 것을 이건희 회장은 잘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완벽을 기하느라 시간이 늦어지면 결국 경쟁에 지고 맙니다. 먼저 총을 쏘고 맞은 탄착점을 확인한 후 다시 신속하게 쏘는 것이 기회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방이 아니라 독자기술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를 향한 집념은 장사꾼이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기질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수산업 만으로도 만들면 팔리는 시기에도 먼 미래에 삼성이나 한국이 10년, 100년을 먹을 수 있는 독자기술을 갖는 것이야 말로 삼성만의 블루오션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경영자의 집념이 16M D램, 64M D램, 256M D램, 1G D램 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개발을 독자기술로 생산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방은 편하나 블루오션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경영자로서의 그의 자질
삼성이 반도체 1위로서 승승장구 할 시기 그가 주최하는 전략회의에서 삼성반도체가 망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그 위기를 해쳐 나갈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략부서 간부들과 토론 하고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한 점을 보면 그가 얼마나 현명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고 앞날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성공한 자리에 오래 있지 않는 다는 ‘진대제식’ 사고방식은 그를 진정한 디지털카우보이로 평가하게 합니다. 마이크로 사업부의 대표이사로 발령을 자청 하면서 그가 행하였던 조직을 살리기 위해 행한 다음의 개혁이 그것을 말하게 합니다.
1.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수 있는 이벤트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인다.
-‘작다’라는 의미의 사업부 명을 ‘크다’라는 의미로 바꾸고, 구식명칭은 21세기에 맞게 바꾼다
-전 임직원에게 자신감과 신바람을 줄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하고 색다른 방식의 출범식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2.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부족한 검사장비를 도입하여 개발환경을 최대한 지원하고, 설계 실력을 신장시켰다.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미래에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한다.
3. 기술자들을 신바람 나게 해 주었다.
-연봉을 올려주는 것만이 최고가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며, 특히 잘했을 때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준다.
4. 협상능력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상을 통하여 원하는 물건을 싸게 구입하거나, 비싸게 파는 것은 최고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다. 진대제 대표이사는 사업체의 매각 협상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분석하여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고 삼성에게 이익과 돌파구를 만들어 주었다.
진대제는 가전부분의 대표이사가 된 후로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집념으로 목표한 가격에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부품회사를 방문,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저렴한 부품이 개발되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구체적인 시장 예측자료로 설득하면 서로가 Win Win 하는 역량을 발휘하였고, 조직은 신바람이 나서 품질과 성능 어느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쏟아내게 하였습니다. 더욱이 동양인 최초로 국제가전쇼의 개막기조연설을 통하여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인에게 인지시킨 공로는 그에게 뿐만 아니라 삼성에게도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진대제식 공부방법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어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부도사들의 공부방법을 미리 읽어 아이들에게 줄을 쳐서 읽히곤 합니다. 사시,행시,외무를 모두 합격한 고승덕 변호사가 쓴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을 읽으면 고승덕 변호사는 수권의 책을 한권으로 단권화 작업을 하고, 일어서서 불을 끌 힘만 남을 때 까지 책을 읽으면서 공부 하였다고 합니다.
진대제는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 다시 오뚝이 처럼 발딱 일어나 공부하는 오뚝이 공부를 하였다고 하는데, 고 변호사처럼 좀더 정확하게 어떻게 공부의 능률을 높였는지 언급하여 주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만, 그가 전공을 선택하고 국비장학생이 되어 매사추세츠 주립대에 입학하고 스탠퍼드 대학의 장학생으로 공부하기까지 그의 한결 같은 주장은, 자기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전공을 정하고, 무조건 기초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은 새겨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인 진대제
‘10년, 15년 뒤에 우리나라 국민이 먹고살 거리를 정부에 와서 만들어보면 어떻겠습니까?’ 하는 대통령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아 장관직을 수락했다는 진대제 장관, 과연 그가 정치인으로 나서야 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그의 욕심이나 욕망을 가름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장관을 끝내고 본격적인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방편으로 출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아쉬웠습니다. 드라마 보다 더 흥미로운 그의 삶을 더 좋은 책으로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급하게 썼으니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이 빠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진함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공학도이자 경영자 출신의 진대제 장관이 정통부 각조직에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게 한 MBO관리의 시행이라든가, CEO미션제, 그리고 모든 보고체계를 파워포인트로 통일 시킨 점은 정부조직이 기업의 관리체계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며, 효과가 있었습니다.
정부 조직에 와서도 디지털TV 전송방식의 협상을 주도 하였던 그의 행로는 미국식과 유럽식을 선호하는 두 집단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대안을 제시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어 그가 평소에 말한 CEO로서의 필요한 덕목이 ‘조정자’라는 주장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옳다는 사람들에게 DMB와 ‘와이브로’라는 비젼을 제시하여 모두가 공감하게 한 것은 그가 이룬 또 하나의 위기관리 능력이라고 보여집니다.
그가 그저 재미 있으라고 한 말인지 모르지만 책의 후미 부분에 두가지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숫자를 조합하여 만든 100점짜리 인생을 맞추는 퍼즐을 을 설명하였는데, 알파벳에 순서대로 숫자를 붙입니다. A=1, B=2 … Z=27, 다음에는 단어를 구성하여 점수를 매겨 보았다고 합니다.
HARD WORK = 98, KNOWLEDGE=96, LUCK=47, LOVE=54, MONEY=72,
LEADERSHIP=97, 그런데 100점인 답이 ATTITUDE라고 합니다.
인생은 ‘태도’ ‘자세’ 또는 ‘마음먹기’에 따라 100점짜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니 어찌 무릎을 탁 치지 않겠습니까.
두번째, 어떤 사람이 험한 산길을 가다가 굶주린 호랑이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청원기도를 올렸고, 호랑이는 좋은 먹이를 주신 것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하느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요? 사람은 호랑이에게 먹히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는 하나님은 감사기도를 더 높이 쳐주신다는 것입니다.
진대제 장관은 자기가 처한 매 순간을 감사하였으니, 공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유학을 가게 되었고, IBM과 삼성을 거쳐 장관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감사하라’는 그의 충고를 가슴에 새겨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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