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번씩일곱번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1) 2007/02/04

한스킴 2013. 5. 7. 18:03



때는 이틀에 한 권의 책을 읽어 냈었는데 하는 자괴감이 고개를 듭니다.
읽어냈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마저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기를 기다리면서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성공하는 것이 두려운 소심한 사람으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허약한 나 자신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치열하게 살아와서 지친것도 아닌데
이렇게 몰려드는 무력감에 오늘 하루는 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TV만 봅니다.
일 년 전부터 TV에 빼앗긴 시간들을 헤아리면 너무나 화가 납니다.
문명인으로서 뉴스정도는 봐야 한다고 구입하였는데 그 바보상자의 함정에 
빠져 시간을 아까운지 모르고 오늘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이 침잠된 시간을 보며, 내게 남겨진 시간을 살아 내기 위해서 내공을

비축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자위해도 될까요?

 

지금부터 죽음에까지 시간계획을 세우고 세부계획을 세워 놓았고 그 시간 속에
오차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어느 한순간 어디선지 어긋나
그 혼동의 시간 속을 눈 감고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모르고 살아왔던 시간들에 비하면 아직은 방황하는 것처럼 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저에게 있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이럴 때면 항상 책을 들고 그 이유를 찾았는데, 지금은 그 시도조차 못합니다.


사무실에 수족관을 다시 꾸미고, 집에도 두 개의 수조에 열대어를 채웠습니다.
이번에는 좀 고급어종에 도전하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창조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열대어를 보면서 내가 사랑을 주어야 할 곳을 다시 찬찬히 생각하겠습니다.

 

사람이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사람 몸안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들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입니다. 한순간 그 순환의 체계가 무너지면
좀처럼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이 현대가 만들어낸 병입니다.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계절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그 모두를 담담히 받아
들이라는 시간의 충고를 가슴에 새길 겁니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한가? 라는 물음에 수천 번을 물어도 행복하다고 대답하십시오.
힘겹고 절망적인 순간에는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저주스럽지만 그 순간만
지난다면, 생각을 조금만 비틀어서 본다면 감사가 넘쳐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살아내는 인생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매 순간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말해주는 사람이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현실은 왜 다른가? 결코 우매한 의문이 아닌 이 차이는 바로 내
마음속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생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나에게서부터 입니다.
‘괜찮겠지’와 ‘괜찮아’의 무책임한 말과 위로의 말을 구분하여 표현한다면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힘겹다고 말하는 세상을 살아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소중한
오늘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냈다는 사실을 ‘괜찮겠지’하고 수십년을 보내면
결코 나는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열심히 살았는데
또 실패하고 말았을 때 ‘괜찮아’하고 하는 한마디의 위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나와 당신이 그려놓은 인생의 실수를 끊임없이 수정한다면 모든 것을, 
그 어려운 때를 잘 극복한 당신과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나와 당신이 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아마도 최대의 적은 내부에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더욱 더 사랑하여 주십시오.
사랑에는 넘침이 없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