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번씩일곱번

평안을 빕니다.2007/04/13

한스킴 2013. 5. 7. 18:11

 

 
녕하세요 한스입니다. 우선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안녕이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는 '평안을 묻는 안부'가 꿈속에서 말하는 듯 느껴집니다.
요즘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햇볕이 많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사무실 여직원이 무슨 걱정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니,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햇볕'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땅이라고 말했던 아프리카 뜨거운
거리가 생각납니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아프리카의 거리를  오가면서 내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왔나 하는, 고독이 가슴에 사뭇쳤습니다. 불과 2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으면서도 끝나지 않을 긴 여행을 마친듯한 기분 이었습니다.
그때는 하루가 왜 그다지도 느리게 지나가는지 무엇을 증명하기 위해, 내게 무슨 능력이
있기에, 그리고,무슨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곳까지 날아왔나 하는 생각에 일정을 포기하거나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자괴감에 빠져 일은 안중에도 없이, 상담이 끝나면 호텔에
돌아와 약을 먹고 잠만 청하였던 긴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떠난 출장이라, 힘겹고 낮설은 것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런 때도 있는가 봅니다. 왜 일해야 하는지, 또 왜 살아야 하는지 그처럼 회의가 드는
시간도 있는가 봅니다. 착각 속에 살아온 듯한 긴 시간을 보낸 듯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제가 느꼈던 절망감 때문 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고해성사를 하듯 삶을 정리하는듯한
심정이 된다면서도, 온 세계가 SARS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으로 술렁일 때 출장을 감행했던
무모함은 푯대를 잃고 표류하는 심정이 되고프지 않아 일에 메 달리고, 또 결과에 조바심 낸
저의 오만이듯 합니다. 좋지 않은 소식과 신통치 않은 성과, 그리고 SARS때문에 비행기는
취소되는 등, 어딘가 부터 잘못 되었다는 꼬리를 무는 불길하고 의욕을 꺾어버리는 징조.....
울고 싶은 심정으로 창 밖으로 펼쳐지는 메마른 거리를 오가는 헐떡이는 아프리카를 그저
바라 보기만 했었습니다.
 
이런 때도 있는가 봅니다. 나의 오만한 변덕으로 상처 받은 영혼의 울부짓음처럼, 멈추어 버린
시간 속에 갇힌 듯, 인생을 헛되게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가 봅니다.
 
일흔 번씩 일곱 번, 이번에는 제 자신을 향하여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런 날도 그리고, 잊어버려야 하는 시간도 있다고 말해봅니다. 잃어버린 기억처럼 그렇게
지워야 할 시간을 모든 사람은 조금씩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해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입니다. 사랑도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지능도 있고, 일 할 수 있는
일터와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밤을 지나 아침을 향해 가는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구름 위를 달려 아침을 향해 가는 기적처럼 이제까지 살아온 것은 제겐 기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제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너무 많은 욕심을 가졌습니다. 미안합니다. 살아온 시간을 진실로 감사하겠습니다.
 
젊은 시간(?)에는 일상을 뒤로 제치고 바다를 보러 갔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힘겨울 때마다 바다에
묻고 돌아왔던 서러움, 배신의 상처들, 그렇게 바다에 던져 버리고 왔었는데 이제는 일상을 뒤로
하고 떠나는 여행이 잘 되지 않습니다. 많은것을 체념하다 보니 오히려 무기력 해 진것 같습니다.
이런 때도 있는가 봅니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요.
오늘도 전 괜찮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D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