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번씩일곱번

창조적 긴장을 찾아서 2 2008/10/08

한스킴 2013. 5. 7. 18:42



험이 끝나고 나서 우울해 졌습니다. 무언가 집중하다가, 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의 집중력이

쇠잔해져서인지 월요일부터 무기력 해져서 더 외로움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외로워 버려진 시추를 데리고 와서 '지이니'라고 이름을 짓고는 화가 날때마다 구박을

하곤 했는데, 혼자서 키우는 것이 버거워져서 어머님에게 맡기고 나서는 때때로 녀석의 꼬리

흔드는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립니다.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내가 눈길만 주면 꼬리가 떨어지라

흔드는 녀석이 어떤때는 가여워 꼬옥 껴안아 주면, '이 인간이 왜그러지? 곧 마음이 변할꺼야'

하면서 긴장하곤 했는데, 요즘은 격주로 찬양이를 데리고 어머님 집에서 자면서 녀석의 재롱을

봅니다.

 

오늘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무리를 하여야 할 그림을 침대위에

주우욱 늘어 놓았습니다.  4점의 그림, 오늘 제가 침대에 몸을 누일때까지 완성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손을 보아야 하는 작품입니다.  새벽까지 작업을 하여야 하니 배를

채워야지 하고 설겆이를 하다가 큰 길가에서 언젠가 보았던 2900원짜리 식당이 생각났습니다.

옷을 갖추어 입고 집을 나섭니다. 짜투리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

책장에서 빼 들었습니다. 아잔 브라흐마의 '술취한코끼리길들이기' 어떤 로타리 크럽의 초청으로

모임에 갔다가 선물받아 책장위에 올려 놓고는 눈길 한번 주지 않었는데 오늘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털고 옆구리에 끼었습니다.  TV에게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만 해도 그 짜투리 시간을

헐어내어 책 한권은 거뜬히 읽고 서평을 쓰곤 했는데, 제가 쓴 리뷰도 과거의 시간에 멈추어

서 있습니다. 게을러 졌습니다. 외롭다는 핑계로 게을러 졌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두렵습니다. 쉽게 지칠것 같은 패배자의 그늘속에

내팽개쳐 있는 제 마음이 좀처럼 그 거죽을 들고 잃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때 책 몇권만 읽으면 벌떡 일어설 텐데, 그 책속의 위로와 질책으로 눈물범벅이 되어 

통곡을 하다보면 제 정신으로 돌아설 텐데...... TV나 신문을 통하여, 어떤 인간이 위기는 없다고

무책임하게 읊조리는 최면에 걸린 사회처럼 점점 무기력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럴때 필요한게 뭐? 바로 창조적 긴장입니다.  죽을것 처럼 누워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울

그 창조적인 긴장은 무엇일까?  전율처럼 몸을 떠는, 흥분되어 가슴이 터질것 같은 연애를

할 수 있다면 최고인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뿐

무언가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는군요. 나를 일으킬 창조적 긴장의 파트너로 책 몇권을 고를까

합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지요. 추울 이번 가을과 겨울을 책을 읽고 붓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보낼까 합니다. 작품을 주겠다고 주문만 받아놓고 완성하지 못한 3점의 그림을 빨리 완성해서

시집 보내야 합니다. 시집을 보내기전에 예쁘게 사진도 찍어 두어야 하는데....

 

주식이 반토막 나고, 임대는 나가지 않고 경제는 점점 더 나빠져 가는데 위기는 없다고

멍청한 앵무새는 매번 같은 소리만 지껄이고, 진정 바라볼 지도자가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나는 불행할까요? 얼마전 요한이가 청기와 집에 사는 이모씨에게 쓴 편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때문에 배우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지도자가

 어떤 행동을 하면 안되는지,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것을, 지도자는 당신처럼 부패하지

 않고 청빈해야 한다는 것을 당신을 통해 배웁니다. xxx님 당신을 존경합니다'

공부만 하기도 머리가 터질 녀석이 나라를 걱정하여 쓴 편지를 접어서 슬그머니 제 주머니에

넣고 말았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아니 경제보다 서민경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직격탄에 맞아 휘청거리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그냥

피식 웃고 말아야 겠습니다. 당신들이 도덕이라고는 눈씻고 찾아 볼수 없고, 철학이라고는

밀어붙이는것 외에는 내세울것 없는 사람을 신임하였으니 그 고통은 나누어 분담해야 합니다. 

'나도 당신을 잊지않고 존경하겠습니다'

이제 방송장악이 끝났으면 우리 아들이 정치 때문에 예민하지 않도록 학생들의 눈과 귀를

확실하게 가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빗 나갔습니다. 제가 요즘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충격으로 횡설수설

합니다. 아마도 스트레스를 글로 풀었던 습관 때문인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충격을 주는 창조적 긴장은 무엇입니까? 높은 파도가 치는 힘겨운 날들이 계속되지만

그래서 인생은 재미 있는 것입니다. 지루하지 않게 장난도 치면서, 그 사람의 재미없는 개그도

재미없는 개그로 즐겨주어야죠.  오늘 나에게 주는 단어는 용서와 관용입니다.

철학도 지조도 도덕도 없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나의 잘못도 용서합니다.

 

한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