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에쿠니 가오리 지음 | 신유희 옮김 소담출판사 평점(5): 3.5점 |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를 읽으면서 보석을 발견한듯 눈을 반짝 거리며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준세이와 메구미 그리고 준세이의 지난 연인 아오이, 그들이 10년전의 약속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하는 한문장이 책의 진행마다 스며든다는, 현실적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몰입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런 에쿠니가 '도쿄타워'를 발표하여 기쁜마음에 샀다가 보는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우선은 그 책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냉정과 열정사이보다 더 빨리 읽어버렸으니깐... 하지만 잘 포장된 포르노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대체가 남자 스물과 여자 마흔의 유부녀와의 사랑을 그렸다고 말하는 것이 될법한 이야기인가? 차라리 불륜이라 말하지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다니... 에쿠니 가오리가 독특한 사랑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쓴다는 것을 그녀를 조사하면서 알게는 되었지만 도쿄타워 이후로 그녀의 책을 멀리하였다가 그 기억이 희미해질 즈음에 만난 책이 '마미야형제'이다.
일본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일본영화를 보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마미야형제 이야기는 일본인이라는 오따쿠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따쿠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 형제는 특이하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전공했지만 시험에는 결국 합격하지 못하여 양조회사에 근무하는 형 '아키노부' , 많은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것을 즐겨하지 못하고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좋아 학교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생 '테츠노부' 둘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쿄의 맨션에서 둘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영화로 나오면 어떨까하고 생각하면서 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일본영화의 틀속에 집어넣어 보았는데 밋밋한 드라마가 될것 같다.
한국의 정서로 일본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을 한국의 상식으로 접근한다면 영원히 그 간격을 좁힐 수 없다. 먼저 일본은 체계를 중요시 한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밑바닥 부터 다져서 점진적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국은 정상에 있는놈을 끌어내리고 올라가면 된다. 한국은 감정적이고, 일본은 이성적이다. 한국은 사실이라는 그 하나의 확신만 가지고 불같이 일어난다. 일본은 사실이라면, 그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비로서 힘을 규합하고 절차를 갖추어서 일어난다. 한국은 누가 내 소유를 자기것이라고 우기면 '미친놈, 하고 무시해 버린다'. 일본은 한국이 그렇게 무시한 날짜와 시간 그리고 횟수를 수십년간 누적해서 '한국은 자기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에 대하여 이렇게 답변을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저것은 내것이다'하고 증거를 계속 누적해 간다. 100년도 안되어 결국 독도는 이런 절차를 거쳐서 일본의 소유로 바뀌어 질 것이다. 내가 잘 아는 부장판사님도 한국은 증거 불충분으로 그 만큼의 증거를 쌓아가고 있는 일본에게 국제사법 재판소에 가면 패하게 될것이라고 단언하였다. 한국의 무시외교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한국은 외교를 못한다. 일본은 고대부터 소규모 영지를 소유한 나라의 집합체 였기에 외교에 능숙하다. 그들은 외교를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는 환경속에서 상대와 자신의 관계를 잘 관계 지어왔다. 일본이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 둘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이 소설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한 번역자에 의하여 번역이 되었으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키노부가 좋아하는 비디오 알바 '혼마 나오미'와의 관계라던가, 테츠노부와 '오오가키 사오리' '쿠츠하라 요리코' 등 과의 관계의 미묘한 감정선이 제대로 살아나 있지는 못한것 같았다. 오따쿠 같은 비 사교적이고 비 현실적인 형제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 들이 경험하는 훈훈함은 형제들의 인간성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실패가 가장 큰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충동때문에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 완벽하게 못난 형제를 만나게 되면서는 자신이 더이상 가진것이 없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서서히 떨쳐버리게 된다.
물론 마미야 형제 또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인생, 어떤 행복을 가지고 살든 상관없이 행복한 매일을 지금도 가지고 있을것이다. 두 형제를 무한한 신뢰의 눈 빛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사랑, 두 형제의 엄마 '마미야 준코'를 읽으면서 나도 사랑하는 자녀를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닳게 된다. 어떤 인생을 살아도 응원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야 겠다는....
마미야형제 이야기는 보통의 일본사람들을(약간 오따쿠적인) 잘 표현해 주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편견을 많이 씻을 수 있었다.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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