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쓴書評...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 문이당

한스킴 2007. 9. 4. 20:52




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박현욱 지음

문이당

평점(5점) 3.5



"축구공이란 바로 행복이다" 라는 박현욱의 주장은 결국 그 축구공을 걷어내는 수비의 입장보다는 드리볼을 잘하여 골인이라는 종착점으로 가야 하는 거라는 것일까? 
"나는 섹스를 좋아해. 해보니까 좋더라. 좋으니까 하고 싶더라. 내가 이상한 사람이야? 우리가 서로 좋아하니까 그것도 좋은 거 아냐? 그리고 나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도 같이 잘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게 이상해?"  덕훈이 사랑하는 인하가 그의 면전에 대고 한 말이다.
일면 개방적이고 멋진 대사 같지만, 사랑도 일종의 약속이라면 그 약속이 어느 순간 당사자인 자신에게 사전 통보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무시될 수 있다는 있다는 불합리한 사고방식 같다.
당신이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일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남자 혹은 여자이든 상관이 없을 듯 하다.  난 이 소설을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소설이 가지는 빠른 템포를 조절하기 위하여 몇번이나 책을 덮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여의 사람에 대해서 웬만큼 개방적이라 생각하고 있고, 세네갈과의 무역 때문에 아프리카 출장을 많이 다녀 그곳 이슬람 국가에서는 5명의 아내까지 법적으로 둘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친구 Niang도 2명의 아내가 있었고, Niang의 아버지는 5명의 아내를 두고 있었으며 그의 아버지 집에 초청 받아서 갔을때 5명의 아내가 한집에 사는 것을 목격하고 그곳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Niang은 2명의 아내가 각각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덕훈과 인아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기 까지 축구 이야기는 그들을 이어주고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윤활유가 되었는데,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불편함이 마무리로 접어들면서는 축구와 연결이 안되면 천박한 삼류소설뿐이 될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왜 덕훈은 그의 아내가 결혼하는 것을 용납해야만 했을까? 인아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가 그녀의 안에 들어가면 마치 아주 작은 백만 개의 흡착판이 덕훈을 빨아들이고 작은 2백만 개의 부드러운 솔기가 그를 쓰다듬는 것 때문이었을까? 그 느낌이 덕훈을 인아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내와 사랑할 때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달뜬 신음 소리와 고혹적인 비명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난 먼저 덕훈을 이해하여야만 했다. 그래야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글루미 선데이 에서 자보는 그의 애인 일로나에게 "당신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면 반쪽이라도 갖겠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이런 대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겠지요. 

책의 제목이 가지는 선정성에 비하여 책은 사랑의 행위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자극적이라는 것은 이 책이 성공할 수 있엇던 요인입니다. 아내가 두명의 남편을 거느리면서 두명의 남자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화를 유지하고, 또 세명이서 사랑의 행위를 하는 장면이나 그 가능성을 차단한 것도 이 책이 성공한 요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메세지를 던지되 그것이 퇴폐 일색이라는 것을 차단하고 이것도 실현가능한 부부의 한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제시에 설득 되는 사람도 생기게 될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저자도 그들의 운명을 끝까지 다루지 못했던 것은 문제의 제기 만으로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도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은 소설이 자유연애를 즐기는 인아가 비록 두 남자지만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 갖혀 두남자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인아가 남자 였다면 재미있는 소설이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작가의 상상력이나 그의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었고, 소설을 읽는 여자분들중 일부는 얼마나 통쾌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