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의학/일정한 중심고리가 없음
우리의학의 특징을 단적으로 말한다면 숨길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길의학이란 우리 몸 안으로 나 있는 다섯가지 길들 가운데 언제나 숨길을 중심으로 원인과 치료의 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 안에는 숨이 다니는 숨길, 피가 다니는 핏길, 신경이 다니는 신경길, 물이 다니는 물길, 음식물이 다니는 음식길이 있습니다. 이 다섯가지의 길과 관련해서 문제를 파악하면 우리 몸 전체의 이상현상이 쉽게 포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음식길에 탈이 나더라도 음식길에서 그 원인이나 처방을 생각하지 않고 숨길에서 찾았으며, 물길에서나 신경길 핏길 어디서 탈이 나더라도 마찬가지로 숨길에서 그 모든 원인과 해결방도를 찾아냈습니다. 말하자면 숨길이 그 모든 길들의 바탕이요 근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숨길이 모든 문제 해결의 중심고리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에 비해 서양의학은 일정한 중심고리를 갖지 않는 의학입니다. 물길에 탈이 나면 물길만으로 원인도 파악하고 치료도 그에 비추어 합니다. 그런 모습은 다른 모든 길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길들이 어떻게 상호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탈에 대해서는 쉽게 치료하는 경우가 있지만 조금만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나 처방을 하는 데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오진을 하는 경우도 많은 편입니다. 심지어 숨길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주 좁은 의미의 숨길(코로부터 허파에 이르는 숨길)만을 인정할 뿐 우리의학에서 말하는 우리 몸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다양한 숨길들(20여개의 경락)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숨길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아닌가에 모든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 갈려지고 있습니다. 모든 동양의학이나 동양의 생활 건강법들은 모두 숨길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 숨길로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지압이나 맛사지, 혹은 요가나 단전호흡 등이 동양적인 지혜로 분류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숨길들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른 모든 길들보다 숨길을 중심에 놓고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나 기공술로 기를 돌리는 길이나 지압으로 누르는 자리가 모두 동양적 지혜가 인정하는 숨길들 위에 놓여 있습니다.
숨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길들이 서로 독립해 있으면서도 통일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숨길 때문입니다. 숨길이 원활하게 소통되어야 피나 물도 잘 흐르고 신경도 잘 전달되며 음식도 제 길을 잘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숨길이 잘 뚫려 있지 못하고 짜부러 들어 있거나 어느 부분이 막혀 있다면 그 부분을 흐르는 다른 길들도 흐르기가 힘들거나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원리는 풍선의 원리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피가 두꺼운 풍선 속에 몇가닥의 부드러운 관을 넣고 물이나 음식 혹은 피를 흘려보내는 데 전체 풍선이 바람이 빵빵하게 잘 들어 있을 때와 바람이 빠져 풍선이 오히려 다른 관들을 누르고 있을 때를 비교해본다면 결과는 분명하겠지요. 우리 몸 어디가 쑤시고 아픈 것도 대체로는 그 부분을 흐르고 있는 숨길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그곳을 지나는 다른 길들이 막혔기 대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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