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쓴書評...

도쿄타워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한스킴 2008. 9. 14. 15:03

도쿄 타워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 | 신유희 옮김
출판사 소담출판사
별점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을 그렸던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로소편에서 아오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막힌 솜씨를 보여주었다. 마빈과 헤어지는

아오이, 쥰세이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메기를 버리고 10년후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실마리가 되어 다시 사랑을 한다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소설이고, 영화였다.

 

도쿄타워는 잘 미화되고 절제된 포르노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두고두고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 책은 잡은 자리에서 밤을 세워 읽어내는 소설이다.

토오루와 시후미의 사랑을 '남자 스물, 사랑을 가르치다. 여자 마흔 사랑을 배우다'라는

copy로 표현한 것은 너무나 자극적이다.  과연 우리가 토오루의 사랑을 아름 답다고

느껴야 할까? 시후미의 사랑을 이해하여야 할까?

 

토오루에게 있어서 시후미는 세상의 중심이었고, 자신의 존재 이유였지만, 시후미의

시작은 그저 정신적인 교감과 육체를 나눈다는 편하고 무서운 생각의 출발이다.

'같이 살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야' 질풍노도의 시기인 토오루의 맹목적인

사랑을 피해가는 시후미의 설득이다. 20살의 나이를 넘어 부부로 산다는 것은 시후미

에게도 고통일 것이다. 가끔 만나 이야기를 하고 섹스를 나누는 삶을 토오루에 가르

치는 시후미의 언어는... '같이 살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야'

 

에쿠니 가오리의 장치는 기묘하다. 코우지의 섹스파트너인 키미코와의 관계를 토오루

와 대비시켜, 토오루의 사랑은 얼마나 지고지순한가..? 하고 독자에게 쇠뇌시킨다.

그래서 점점 읽어 갈수록 토오루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하고, 시후미를 정당화

시켜준다. 그들의 사랑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껴질까? 아니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기다린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지배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오루는 시후미와의 사랑은 코오루와 키미코와의 불륜과는 다르다는 정신세계를

가진다. 코오루는 러브호텔에서 섹스를 하고, 토오루는 주로 시후미의 집에만

사랑을 한다는 자기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러브호텔에서 하는 것은 불륜 섹스이고

시후미와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이것'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세간에 쓸어담을 흔한 불륜관계와 '이것'은 전혀

닮지 않았다.  당신은 이런 토오루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쌍히 여길까... 아니면...

 

코우치는 정열적인 사랑을, 토오루는 교감하는 사랑을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걸까?

가오리도 토오루의 사랑을 결론내지 못한다. 아마도 그렇게 글을 끝내고 독자의

몫을 돌리는 것이 더 편안했으리라.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읽은 독자라면, 그 사랑에 더 무거운 가치를 두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한권의 고급 포르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