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까지 책상에서 침대에서 온갖자세로 책을 괴롭히다 잠이 들었다. 주일이 다 지나가도록 침대에서 그렇게 빈둥거릴 수 있을것 같은데 손폰의 알람이 울린다. 준비할 시간이 된것이다. 요즘 나의 신앙동지 이기도 한 창해엔지니어링ceo 강휘, 우리는 주일마다 차를 남산에 주차하고 걷는다. 이제 씻고 준비를 하여야 녀석을 픽업하러 갈 수 있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들어선 화장실 창 뒤쪽에서 후두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창 너머로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안경을 찾아서 쓰고 베란다로 간다. 이럴때면 시력이 좋은 사람들이 부럽다. 뭔가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거추장 스러운 것을 코에 걸쳐야 한다는 것이 핸디캡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베란다의 무늬창을 열어 젖히고 나서야 매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라고 부를만한 것이 내리고 있었다. 저 밑으로 우산을 든 사람이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어짜피 걷기는 틀린것 같고, 인터넷으로 영화를 찾아본다. 진작부터 영화라도 한편 같이 보자고 했던터라 볼만한 영화를 찾아볼려는 것이었는데, 2시50분 예배에 맞춘 영화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 만나는 시간을 뒤로 미루고 마냥 게으름을 피워볼까 하고 전화를 건다.
'강휘야, 비온다'
"그러게, 형...."
'어떻게 하지, 빗속을 걸을 수 없고 영화볼까하고 프로그램 보는데 시간이 안맞는다. 볼만한것은 지금 튀어나가야 하는데 준비가 하나도 안되었다.'
"그러면 나 인터에서 운동하고 있을까. 형이 그쪽으로 오면 될것 같구...."
1시30분까지 침대에서 빈둥거릴 생각이었다. 혼자있는터라 아파트의 난방을 모두 온수전용으로 변경해서 체감온도는 바같 기온과 별차이가 없는듯 해서, 옷을 껴입고 책상에 앉던가 침대속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무언가를 하는것이 내 행동반경이다.
"형 그러지 말고 비 많이 안오면 우산쓰고 길 좋으곳으로 살살 걸어볼까?"
이런 젠장, 내 소박한 꿈이 다 날라갔다. 그래 일주일의 하루만이라도 걸어야지 빗속이면 어떤가.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려주고 우정을 쌓아간다. 나는 강휘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성경이라는 어찌보면 딱딱할 내용을 이야기 성경으로 풀어준다. 그렇게 나를 훈련시키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지난 여름부터 강휘를 알게 되어 주일이면 녀석과 붙어다닌것이 벌써 10개월이 다되어간다. 지난 여름 내 행복했던 몇주간의 부산행, 그 꿈같은 시간을 빼고는, 각자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가다가 주일만 되면 형제처럼 붙어다니다니, 내 친동생에게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한다. 테이기는 또 홀로 이 빈집을 지켜야 한다.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주고, 간식을 듬뿍주고 나가야 겠다. 언제나 똑같은 주일 같지만, 오늘은 어떤 말씀을 들을까? 내 입에서는 어떤말이 나올까? 오늘도 나는 걷는다.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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