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보다 글이 빠른 사람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과묵하다. 글로 하는 난상토론은 가능한데, 말로 하는 토론에서는 항상 후회와 미련이 밀려온다. 글을 쓰면서 정리되는 것처럼 말을 하면서 정리하는 내공이 부족하다. 사역자가 되면서 폰의 번호도 바꾸고, 모임도 대부분 청산했다. 다만, K대학원 최고위 멤버들과는 계속 교제를 가지고 있다. 고맙게도 수 십만원에 불과한 내 사례비를 알고 회비를 면제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멤버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이다. 요즘은 부원장이셨던 교수님까지 참석하고 있다. 우리 기수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K대는 mb의 출신대여서 교수들이 대부분 친정부 성향이었고, 나는 그 대척점에 서 있었던 학생이었다. 당연히 논쟁이 많았다. 좀처럼 논쟁을 싫어했던 내가 논쟁을 할 정도였으니 짐작하실 수 있다.
지난 모임에서는 현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졌다. 최저임금이 화두였다. 평소의 나라면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안 들었다. 곧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은 전두환정권 때라는 것이다. 그자가 인권유린을 하고, 사람을 수 천명 죽였어도, 우리는 살기 좋았다는 결론이었다. 이분들 명문 사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누구든 정권을 잡아 독재를 하고, 부정축재를 하여도 좋다. '나만 아니면 된다'. 내가 사업하기 편하면 좋다는 것이다.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요즘은 밑바닥 민심도 이번 정부 일 잘한다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 힘들다고만 한다. 정말 그럴까? 정의를 바로 세우는 피곤한 일은 싫다는 것일까? 피곤하고 힘든 것은 싫다. 그래서, 나만 편하다면 사적 이익을 위해서 국가를 이용하는 대통령도 괜찮다는 말로 들린다. 실제로 지난 9년간 국가의 모든 재정은 두 명의 대통령과 그와 함께하는 패거리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전부 사용되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나라가 거덜나도 내가 편하면 상관 없다는 생각이 전두환 최고라는 발언이 되어 나왔다.
나의 2018년 마지막 설교는 요한복음18:28-40절의 말씀이었다. 본문 끝 부분에 빌라도가 유대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유월절이면 내가 너희에게 한 사람을 놓아주는 전례가 있으니, 너희에게 유대인의 왕을 놓아줄까?"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유대사람들은 모두 '바나바'를 놓아주라고 외쳤다. 바나바는 강도였다. (즉 사람을 죽인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열심당원으로 로마병사를 죽인 사람일 것이다.) 지난 95년간 유대사람들은 로마에게서 해방시켜줄 메시아를 기다렸다. 드디어 메시아가 왔는데, 예수는 로마에는 관심도 없이 병든자를 고치고 죽은자를 살리며 천국을 선포했다. 예수는 하늘의 천국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의 나라는 이 땅에 속하지 않았고 하늘에 속하여 있었다. 유대사람들은 이 땅에 속하지 않은 나라에 대하여는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현실적인 이익을 더 좋아했다. 이 땅에 속한 이익이 더 좋았다. 그래서 예수를 죽이고, 당장 보이는 이익인 바나바를 달라고 한다. 그가 강도짓을 해도 좋다. 또 계속 사람을 죽여도 좋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당장 보이는 성과를 얻어 낸다면, 그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왜 안 그러겠는가? 당장 사역자인 나 조차도 눈 앞의 이익을 예수보다 더 좋아하지 않는가? 나는 강단에서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정당화 시킬 수 있을까? 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살면 안되지 않는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사는 것은 인간으로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눈 앞의 이익이 정의보다 중요하다면 그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당장은 '나만 아니면 되' 하면서 좋아라 하겠지만, 결국은 나까지 그 이익을 위한 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닐까? 당신은 정말 전두환이 문재인 보다 좋은가? 그 시절이 좋은가? 묻고 싶다.
우리 그렇게 살지 말자. 같이 살자, 함께 살자, 더불어 살자. 그렇게 함께 살아야 외부의 적을 막을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내부에 일본 앞잡이, 미국 앞잡이, 그리고 매국노들의 난동 속에서 살고 있다. '정의'라는 어려운 말은 하지 않겠다. 건강한 보수라면 내 나라가 더 소중하지 않는가? 내 나라의 이익이 일본, 미국의 이익보다 우선하지 않은가? 우리, 우리의 아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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