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알랭 드 보통 지음 | 정영목 옮김 이레 평점(5): 3점 |
일상을 기록하는 그의 시선이 그렇게나 독특하고, 유쾌하고 지적인가? '책을 말한다'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소개 받아서 구입한 책, 책 사기를 좋아하니 얼른 주문하여 책장속에 올려 놓았다가, 외로운밤 이 책을 뽑아 들었습니다. 첫편, 호퍼의 그림이야기로 시작한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책장을 뒤져 명화이야기를 찾아내 도대체 호퍼라는 인간이 어떤놈인지 부터 알아내야 했습니다.
글을 모두 읽고도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평소 어떠한 책을 읽더라고 그 금액 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 명인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었건만, 그의 조언이 그토록 절실한 위로로 다가오지도 않고, 재치와 유머에 배꼽을 잡거나 빙긋이 웃을 수도 없으니 제가 많이 모자란 사람인것 같습니다.
1969년 생이니, 어.. 누구랑 나이가 똑같네, 그림에서 이토록 많은 상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대단합니다. 열차에서 처음 마주친 여자를 대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알랭 드 보통과 결혼을 하고 그녀가 열차에서 읽고 있는 잡지에 나오는 중동식 요리를 먹으며 요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그녀의 몸을 더듬는 상상을 하지만, 그녀가 내린후 그것이 상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때문에 아퍼하는 것이 작가의 상상인가? 일상을 딴 시선으로 뒤집어 보는 '알랭 드 보통'의 시선이 나에게는 왜 그렇게도 낮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클로이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참 공감이 가는 작가의 상상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알랭 드 보통이 이 글에서 말하는 데로 상상을 할 꺼라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알랭 드 보통'의 글 전부를 이해 하지 못할 부르조아 같은 글이라고 몰아붙일 수 는 없는가 봅니다.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상상하고, 그 눈을 통하여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가 아니라 "나는 그녀에게 누구인가?"였다. 이 질문의 재귀적 운동 속에서 나의 자아는 일종의 배신과 비진정성에 점차 물들 수밖에 없었다' 작가와의 교감이 통하는 단락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한 단락으로 모든 가치를 지불할까 합니다. 아직은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알랭 드 보통'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위로 해야 겠습니다.
그의 <진정성>에 대한 고찰은 나에게 이 책의 사막 한 가운데서 죽어가다 발견한 한평의 오아시즈 같은 느낌 입니다. 몇가지 더 그의 글을 소개합니다. 영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 위해 한시간(혹은 두시간)을 투자하지 마시고 이 서평을 읽는것으로 끝내십시오.
'불가피했던 만큼이나 수치스러웠던 나의 거짓말 때문에 나는 두 가지 종류의 거짓말의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다.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유혹 과정의 거짓말은 다른 영역의 거짓말과 매우 다른 면이 있었다. 내가 경찰에게 자동차 속도를 거짓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이유 때문이다. 벌금이나 체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는 괴상한 가정이 수반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따라서 다른 사람과 다른] 특징을 비워버려야만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 관계에 있다고[따라서 아루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태도다'
작가의 말대로 사랑의 올무는 저마다 특이하기 짝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나 역시 나를 유혹하려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여자의 행동에 매력을 느꼈던 적은 거의 없으며, 사랑의 올무는 아주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것에 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걷어지지 않는한 그 올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두꼅지도 않은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느낌입니다. 심정적으로는 별 하나를 주고 싶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극찬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이니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새가슴 때문에 별 셋이라 평하였습니다. 혹시라도 그의 팬이 있다면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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