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요법이란?
우리의학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인술 중 아주 뛰어난 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항요법이다. 이 부항요법은 서양의학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우리의 전통요법으로서 칼을 대는 수술이 필요없이 많은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정말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특히 농촌에 진료활동을 나가보면 병원에서 원인을 몰라 손댈 수 없는 질병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부항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부항요법만 제대로 익혀놓아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참으로 신비의 요법이다.
부항요법이란 항아리를 살갗에 붙여 살갗을 잡아당겨서 음(陰)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또는 흐려진 피(산소를 품고 있지 못해 검붉은 피)를 뽑아내거나 고여있는 피(어혈瘀血)속의 독수(毒水)를 뽑아냄으로써 막혔던 기혈을 뚫고 피를 맑게하고 잘 돌게하여 몸의 탈을 고치는 의술이다.
부항의 종류
부항요법은 붙이는 방법에 따라 맨부항과 진부항 그리고 발포요법으로 나눈다.
맨부항(건부항)
피는 빼지 않고 그냥 살갗에 부항종지를 붙이는 방법으로서, 피를 빼는 진부항과는 달리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기 편하여 탈에 대한 예방적인 차원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물론 탈이 났을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만성병의 경우에 바탕치료로 널리 쓰인다.
(1) 원리와 효과
첫째로, 살갗에 부항을 붙여 살갗을 잡아당김으로써 살갗의 실핏줄이 넓어져서 피흐름이 좋아지고, 따라서 살갗의 온도를 올라가게 하는 작용을 한다.
둘째로, 막혔던 숨구멍을 열리게 하여 살갗 숨을 잘 쉬게 함으로써 피를 맑게 하며 허파의 일을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사람이 숨쉬는 것은 허파가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허파를 도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살갗은 사람 체중의 16%를 차지하고 표면적은 1.8㎡이다. 또한 우리 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살갗은 탈이 났는지 안났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측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살갗을 보고 알 수 있는 탈은 각종 피부병, 당뇨병, 간 질환, 각종 감염성 질환, 내분비 질환, 암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탈이 있다. 이렇듯이 살갗의 중요성은 크다고 하겠는데, 가령 살갗을 데었다든지 모래에 파묻힌다든지 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살갗이 오므라들어 살갗숨을 제대로 못 쉬게 되면 허파의 부담이 켜져서 폐렴이나 기관지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몸 속의 독소를 땀샘과 지방샘을 통하여 몸 밖으로 빼내는 작용을 한다.
넷째로, 잘 흐르지 못하여 살갗 깊이 머물러 있던 피를 살갗쪽으로 올라오게 하여 다시 피순환이 잘 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다섯째로, 살갗을 열리게 함으로써 오줌이 잘 나가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그 이치는, 위아래가 뚫려있는 가는 유리관에 물을 넣고 윗부분을 손으로 막으면 물이 밑으로 빠져나오지 않지만 손을 떼면 곧 물이 밑으로 새어 버리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부항을 뜬 2-3일 사이는 몸 속 독소의 많은 부분이 오줌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오줌 빛이 짙고 독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2) 붙이는 방법
붙이는 방법에는 몸 전체에 붙이는 방법과 부분적으로 붙이는 방법이 있다. 몸 전체에 붙이는 방법은 오래된 탈일 때나 탈의 깊이가 깊을 때 그리고 몸 전체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려고 할 때 사용한다. 부항을 붙이는 숫자는 환자의 체력이나 탈의 정도에 따라 알맞게 조절하는데, 보통 10-15개 정도를 사용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더 많이도 더 적게도 붙일 수가 있으니 환자의 반응을 보고서 잘 판단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붙이는 시간을 짧게 하는데, 2-3일 계속하여 익숙하여지고 피로감이 없어지면 부항의 숫자와 붙이는 시간을 늘린다.
부항을 붙이는 차례는 정해진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등 -> 다리 뒷부분 -> 발바닥 -> 다리 앞 -> 팔 -> 배에서 끝마치는 것이 좋다. 줄기(경락)의 흐름을 안다면 줄기(경락)의 흐름에 따라 붙여주는 것이 좋고, 배알의 넘침과 모자람을 알아서 넘치는 배알은 빼 주는 쪽으로 모자라는 배알은 더해주는 쪽으로 붙여 주면 더욱 좋다.
부분적으로 붙여 주는 방법은 갑작스러운 탈일 때나 부분적으로 아픔을 느끼는 곳이 있을 때, 가령 어깨가 결린다거나 무릎이 쑤신다거나 허리가 아프다거나 할 때 사용한다. 붙이는 곳은 멍이든 곳이나, 크게 결리거나 아픈 곳, 저린 곳, 두드러기가 난 곳, 부스럼이 난 곳, 그밖에 탈이 난 배알의 경락이나 모혈, 유혈에 붙여 준다. 한 번에 붙이는 부항 수는 1-7개 정도이고, 붙이는 시간은 2-5분 정도이다. 처음에는 붙이는 시간을 짧게 하고 2-3일 계속하여 익숙하여지면 점차 시간을 늘린다.
(3) 반응
*색깔 반응
부항을 붙이고 난 후 살갗에 남는 반응으로, 옅은 붉은 색에서 검붉은 색, 보라색 따위가 있다. 탈이 난 곳이나 탈이 난 배알의 줄기(경락) 위 또는 탈이 난 배알의 모혈. 유혈 따위에 짙게 나타나며, 색이 짙을수록 탈이 깊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간 기능이 떨어져 생긴 빈혈 상태 따위가 그런 경우인데 이 때는 색깔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 밖에도 허증에는 색깔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이런 경우는 치료를 계속하면 차츰 색깔 반응이 나타나고, 부항을 계속 붙이다 보면 색깔이 점차 없어지는데 이는 탈이 나아가는 것이다.
*딸기 겉면 모양의 살갗 반응
부항을 붙이고 난 자리에 털구멍이 넓어지고 응어리가 져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노폐물이 쌓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계속 치료하면 점차 사라진다.
*응어리가 나오는 반응
붙이고 난 자리에 깨알만한 크기에서 큰 것은 손가락 끝 크기 정도의 자줏빛 응어리가 나오는 반응이다. 이는 탈이 깊거나 탈이 오래되었을 때 탈이 난 배알의 줄기(경락) 위에 나타나는데, 전체 요법과 같은 약한 자극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부분 요법 같은 강한 자극일 때 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반응은 치료효과가 크므로 이러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끈기있게 치료한다.
*물집 반응
살갗에 물집이 생기는 반응으로, 탈이 난 배알에 관계된 살갗에 나타난다. 이 또한 탈이 깊거나 탈이 오래되었을 때 나타나고 부분 요법의 강한 자극에서 주로 나타난다.(발포 요법 참고)
*아픔 반응
몸이 튼튼한 사람은 거의 느끼지 않고 몸이 안 좋을수록 치료점의 아픔이 큰데, 계속 치료함에 따라 점차 없어진다.
*치료 뒤 한때 탈이 더욱 심해진 것 같은 느낌
오래된 탈이 급성 탈의 반응을 보이면서 고쳐지고 있는 표시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 점차 좋아진다.
*몸살
심한 몸살은 체력이나 탈의 증세에 비해 너무 강한 자극을 주었을 때 나타나므로 처음부터 너무 강한 자극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몸살이나 몸살이 나려고 할 때에는 부항을 함으로써 오히려 몸살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진부항(습부항)
만성적인 탈이거나 탈이 심할 때 그리고 허리나 손목, 발목, 따위가 삐었을 때, 어깨나 목 아픔, 고름이나 염증이 있는 곳 등에 침을 찌른 다음 부항을 붙여 탈이 난 부위에 머물러 있던 피를 빼내는 방법이다. 침을 찔러 부항종지를 붙이면 검붉은 피가 올라오는데, 그것은 기능이 약해지거나 죽은 피로 몸 안의 피의 순환을 막아 탈을 생기게 한다. 바로 진부항은 몸 안의 나쁜 피를 빼내어 피를 맑게 하고 피흐름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고름을 빼내는 데에도 쓴다. 진부항을 붙였을 때 나오는 것들은 주로 피로 여겨지지만 자세히 살피면 피와 고름 독한 물이나 가스도 함께 나오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진부항을 붙이는 곳은, 전체 요법이나 부분 요법으로 치료를 했을 때 진한 색깔 반응이 나타난 곳이나, 아픔이 큰 곳, 허리, 손목, 발목 따위가 삐었을 때 그 삔 자리, 곪은 곳 따위에 붙인다. 각종 피부병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도 진부항이 좋다. 붙이는 방법은 아픈부위에 바로 침을 찔러 부항종지를 붙이기도 하고 맨부항을 우선 30초 정도 붙여 피가 몰리게 한 다음, 그 곳에 사혈침을 찌른 다음 부항을 붙여도 좋다.
발포 요법
민속 요법 연구가인 김형렬씨가 개발한 것으로서, 한두 개의 부항 종지를 살갗에 오래도록 붙여 살갗을 발포시킴으로써 어혈속의 독수를 빼내는 방법이다. 이 발포 요법은 원리나 효능적인 면에 있어서 대단히 놀라운 것으로, 이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방법은 효과도 뛰어나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는 잘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우리몸 속의 기가 막히게 되면 피도 막히게 되어 마침내는 어혈(핏떡)이 되는데, 어혈은 몸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탈을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부항을 붙여 독수를 분리해냄으로써 어혈을 풀고 기혈의 흐름을 좋게 하여 탈을 고치는 방법이다.
발포 요법을 하는 방법은, 우선 탈이 난 장부의 모혈이나 유혈 또는 줄기(경락) 위 또는 응어리가 생겨 아픈 부분, 담 결리는 부분, 또는 암이 생겨난 부분에 하나 또는 두 개의 부항 종지를 붙여 한두 시간동안 놓아둔다. 이 때 탈이 난 장부에 관계되는 곳에서는 탈의 정도에 다라 크고 작은 물집이 생기는데, 이 물이 바로 독수이다. 이 수포를 하루쯤 놔두었다가 터뜨린 다음 상처가 아물면 이를 반복한다. 탈이 다 나으면 물집이 안 잡히므로 물집의 크기, 색깔 정도에 따라 탈의 진행정도를 알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수포가 생긴 곳에 알코올이나 연고 따위를 바르게 되면 덧나는 수가 많으니 절대로 바르지 말라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덧나지 않고 저절로 아물게 된다. 덧나지 않는 이유는, 나오는 진물이 너무도 독하여 균조차 살 환경이 못 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적인 약성으로 인한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발포 요법은 강한 자극을 주는 것이니 만큼 많은 수의 부항 종지를 한 번에 붙이면 안되고 하나 또는 두 개의 부항 종지만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것도 꼭 지켜야 한다.
부항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
부항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상은 너무도 많다. 피부에 난 각종 부스럼이나 여드름 또는 피부병들도 부항으로 치료하면 잘 낫는 편이다. 우리 몸에서 저리거나 쑤시고 아픈 곳, 결리는 곳, 교통사고 후유증이나 수술 후유증, 눈과 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며, 오래되어 잘 낫지 않는 피부병이나 무좀이나 습진도 부항요법을 쓰면 아주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부항요법은 잘 활용하기만 하면 외과적인 수술 없이도 많은 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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