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학이야기

인술을 베푸는 자의 5단계

한스킴 2004. 2. 14. 10:28


의자(醫者 인술을 베푸는 자 )의 5단계


                                       정 호 진(경남 합천. 생명살림의 농부, 우리의학연구가)

 

 

의자의 바른 마음가짐
우리의학을 배우고 익힌 이후에 제 몸과 가족의 건강을 돌볼 분 아니라 이웃에게도 의술로 도움을 드리는 삶을 살아온 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남에게 의술을 베푸는 자가 가져야할 바른 마음가짐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생각하다가 우연히 어디에선가 본 내용이 오래 전부터 제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학과 관련된 강연을 하게될 때면 으레껏 소개를 하곤 했던 참 좋은 우리의학적 분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조상들이 전해준 정말 뛰어난 의자가 지녀야할 마음가짐과 의자가 다루어야할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 이땅의 의자들이 본받아야할 중요한 내용이라 여겨져 다시 소개하려합니다.
이러한 내용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면 다시 찾아 보아서 그 본 뜻을 다시 새겨보기도 하고 더욱 설득력있게 내용을 전할 수 있으련만 어디서 보았는지가 잘 생각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기억에다 제자신의 생각과 해석이 더해진 내용이 될 듯 합니다(출처를 알고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1 단계 약의(藥醫)
우리의학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의 의술을 베푸는 행위를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오늘 이땅의 의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약입니다. 약국이나 병원 한의원 할 것 없이 어딜 가나 대체로 약으로 치료하려 듭니다. 양약 한약 주사 모두 약의 형태들입니다. 그러나 약을 쓰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우리의학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약을 가지고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잘 치료가 된다면 그런 치료도 대단히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약보다 더 많은 약을 주거나 상업주의에 눈멀어 약으로 많은 이득을 보려는 것이 문제이지요. 제 생각엔 정말 약을 잘 쓰는 의자들의 소문이 방방곡곡에서 나기를 바랍니다. 그 약국에서 그 병원에서 혹은 그 한의원에서 약을 썼더니 아무런 부작용 없이 정말 좋은 효력이 나더라는 소문이 많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의학이 보다 잘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약들이 가진 성분과 약리작용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알려서 전문가들만이 독점하는 형태의 약사용이 아니라 전국민이 약을 제대로 잘 알고 쓸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도 해야될 것 같습니다.

 

 

제 2 단계 술의(術醫, 교의巧醫)
우리의학에서 두 번째 단계의 의술을 베푸는 행위를 자신이 가진 기술로써 치료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서양의학으로 친다면 각종 물리치료나 수술과 같은 종류이 것들이 해당될 것이고 우리의학이라면 침과 뜸 또는 부항과 같은 치료가 해당될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그런대로 이전에 비해 의료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의학에서는 뛰어난 의료기술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침뜸 부항 이외의 새로운 기술도 개발되어야하지만 그런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도 이전에 비해 나아지지 못하고 훨씬 후퇴했거나 서양의학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두 세가지가 원인일 것 같습니다. 하나는 1962년 기존의 한약학과와 침구학과로 나뉘어져 있던 대학의 체계를 한의학과로 개정하면서 실제로는 한약학과 속에 침구학과를 복속시켜버린 데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가 되어도 한약을 지을 줄은 알지만 침과 뜸이나 부항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한의사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한의사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침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교수가 하나도 없어서 침과 뜸을 배우기 위해 학교와는 상관없이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서울을 열심히 오르내리며 무면허침구사들이 운영하는 침술학원에서 몇 달간에 걸쳐 침을 배워 겨우 침놓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제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제대로 된 기술을 가진 이들이 누구나 응시하여 딸 수 있던 침구사 자격증이 통폐합 이후에는 한의학과 졸업생에만 국한시켜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하여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한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은 모두 막혀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무면허로 숨어서 침뜸 및 부항 등과 같은 시술로 생계를 유지해가는 무면허침구사들이 10만명 가량이나 됩니다. 이들은 아무리 많더라도 우리의술을 제대로 발전시켜가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모두가 숨어서 시술을 하다가 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감옥을 드나들어야 하니 제대로 된 우리의학의 발전을 꾀하기가 어렵고 돈을 벌기 위해 파행적인 시술을 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상업주의와 결합한 의료형태가 바로 우리의학에서의 인술부분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환자가 한의원을 방문했을 경우에 한의사는 간단한 문진과 맥진을 한 후 증세에 따라 한약을 권하는 데 드는 시간 5-10분이면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비싼 한약(10-100만원)을 한재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침이나 부항시술을 할 경우에는 20-30분간을 정성들여 치료에 임해보았자 겨우 3000-5000원 정도의 치료비를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아무도 침뜸이나 부항시술을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런 시술을 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병인데도 가능하면 돈이 되는 한약으로 돌리려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의원 치고 그 집이 침뜸이나 부항시술을 정말 잘 한다더라는 소문이 나기를 원치 않고 환자들이 와서 누구나 간단한 한약을 지어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의원이 운영되려면 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지만 하여간 현행의료체계 속에서는 정말 좋은 의술이 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술로서의 우리의학이 발전하기가 요원할 것 같습니다. 자꾸만 쇠퇴해가는 우리의 전통의술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올바른 술의가 되기 위해서는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기술만이 아니라 우리 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것입니다. 우리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도구를 잘 다루어보았자 그것은 잔재주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3 단계 식의(食醫)
우리의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먹거리가 보약이라는 생각(食藥同原)입니다. 일상적인 먹거리야말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일상 먹거리가 아닌 약이나 의술로 건강을 찾기보다는 일상 먹거리로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제가 우리의학 강좌를 할 때는 먼저 자기소개시간을 가지는데 그때 스스로를 낮추어 밥순이로 소개하며 창피한 마음을 드러내는 주부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잘 기억했다가 강좌가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의자의 5단계에 대한 설명도 끝내고 난 뒤 다시 살피면 정말 스스로를 반성하며 병원의 의사나 한의사 보다도 가정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자각을 해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생동안 가족에게 약을 먹이거나 시술을 하지 않더라도 먹거리만으로 건강하게 한평생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먹거리담당자라면 그 보다 더 뛰어난 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식의라는 철저한 생각을 가지자면 먹거리들이 가지는 약리작용에 대해서 나름대로 연구해가며 밥과 반찬을 만들어가야할 것입니다. 우리농장을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가끔 왜 약초를 키우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빙그레 웃으면서 우리농장에 약초가 아주 많은데 한 번 찾아보라고 하면 눈이 둥그레지곤 합니다. 물론 서로 생각하는 바가 좀 다르겠지요. 저는 매일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것들이 건강한 먹거리로 채워져야한다고 생각하며 농사를 짓습니다. 그래서 제농사는 우렁이농업으로 짓는 쌀과 우리밀 각종 잡곡과 수많은 남새(야채 )와 과일나무 등입니다. 제 눈과 생각에는 모두가 보약인 셈입니다. 가장 많이 대하는 식탁은 독극물들로 채워놓고 비싼 보약만 사다 먹는 것으로는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잘못된 식생활과 오염된 먹거리 때문에 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희집에서는 일상적으로 10-15곡밥을 하며 인공조미료를 일절 쓰지않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먹거리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다음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제 4 단계 심의(心醫)
우리의학이 다루어야할 중요한 대상은 몸만이 아닙니다. 바른 마음가짐을 못가지면 바른 몸가짐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환자들 중에는 마음이 병들어 있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억눌리고 왜곡된 마음을 고치지 않는 한 그 몸이 치유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하는 종류의 마음고치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만나는 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어둡습니다. 자신의 질병으로 인해 마음과 정신이 꺾여버린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몇 개월 전 교통사고가 나서 치료를 받았지만 왼쪽 팔 일부를 쓸 수 있을 뿐 세 팔다리를 못쓰고 병원에 누워서 물리치료를 주로 받으며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과 본인의 요청으로 병원에 가 보았더니 정말로 환자였습니다. 마음이 이미 꺾여버린 환자라는 말입니다. 목소리에 맥이 풀렸고 눈에도 힘이 없어져버렸으며 손아귀에서도 기운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체를 전혀 쓰지 못하고 똥오줌이 나오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제가 몇가지 처방을 내려주고 돌아왔습니다.
첫째는 스스로 노력하면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의사를 비롯한 남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정신력과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그런 확신을 가지고 눈에 힘을 주어 생기를 찾고 병문안 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나눠줄 수 있게 하여 스스로 환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환한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의식이 깨어있는 한 항문괄약근조이기운동을 열심히 해서 스스로 똥오줌을 가릴 수 있게 하고 가만히 누워 있을 것이 아니라 자꾸 주먹을 쥐어보겠다고 노력하고 주먹이 쥐어지면 팔다리를 오무렸다 폈다를 꾸준히 해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별 의지가 없는데 물리치료사가 억지로 팔다리를 오무렸다 폈다하는 운동정도로는 나을 수도 있겠지만 긴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이겠지요.

 

 

제 5 단계 신의(神醫)
우리의학의 마지막 단계는 신의입니다. 신의란 우선은 사람의 기운을 넘어선 신의 능력(신통술)을 받아 치료하는 의자를 말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뜻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하여 제 나름의 해석을 더해보았습니다.
4단계까지만 해도 환자는 거의 건강한 몸으로 치유가 가능할 것입니다. 약과 시술과 먹거리를 통하여 건강을 돌보고 바르고 건강한 마음가짐을 동원한다면 이세상에서 못고치는 질병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건강해진 한 개인은 주변 환경이 바르지 못하는 한 다시금 환자가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신만 건강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데 만족하는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세계를 변화시켜 모두가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가는 건강사회만들기 운동에 나서는 삶으로 거듭나야한다는 말입니다.
인술을 베푸는 자가 다루어야할 영역이 이처럼 넓습니다. 몸과 마음을 고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건강한 한 개인에서 사회와 세상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게까지 만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의자의 영역을 이처럼 낮은 단계로부터 높은 단계로 나누어 생각하므로써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새삼 머리가 숙여집니다.

종합진단과 처방
인술을 베푸는 자가 환자를 제대로 잘 보려면 앞에서 살펴본 바의 내용들을 잘 적용시켜야 될 것입니다. 먼저 진단을 할 때도 몸과 마음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고 처방을 내릴 때도 그러해야할 것입니다. 먼저 환자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를 일러주어야하고 약이 필요하면 약으로 처방하고 시술이 필요하면 시술을 해야할 것이며 바른 식생활은 어떠해야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알려주어야할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올바른 치유에 이를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치료가 더디어지거나 부분적인 치료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학이 지닌 의자의 5단계는 이 땅의 의사들만이 새겨두어야할 내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내용을 인식하고 살아간다면 우리의학이 날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국민의 건강이 눈부시게 좋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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